이달 7~10일 넷플릭스가 서울 광화문 청계천 일대에서 한국 진출 10주년을 기념해 연 거리 행사. ‘오징어 게임’ 시즌1의 인기 캐릭터 ‘영희’(주황색 옷) 등이 풍악대로 활동했다. [사진 넷플릭스 코리아 페이스북]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한 지 10주년을 맞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1월 17일부터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오는 24~25일 서울 상암 문화비축기지에서 이를 기념하며 각종 성과를 돌아보는 페스티벌 ‘넷플잔치’를 연다.
넷플릭스는 지난 10년 간 국내에 정착하며 콘텐트 제작 생태계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제작된 한국 콘텐트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대표적인 공으로 꼽힌다. 반면 제작비 폭등, IP(지적 재산권) 주권 상실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톱 10’ 집계를 시작한 2021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이 목록에 오른 한국 작품 수는 210편이다. 올해 상반기 보고서를 중앙일보가 클로드로 분석한 결과, 한국 제작 시리즈의 시청시간 점유율은 전체의 11.0%로, 미국(51.4%)에 이어 전세계 2위로 나타났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호랑이 캐릭터 ‘더피’. [사진 넷플릭스 코리아 페이스북]
허남웅 평론가는 “‘오징어 게임’ ‘케이팝데몬헌터스’ 등 한국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콘텐트가 세계적 흥행을 거두면서 다른 한국 콘텐트의 위상까지 달라졌다”며 “웬만한 이제는 한국의 콘텐트 제작자들이 글로벌 팬들을 고려해 작품을 만드는 상황까지 됐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도입한 100% 사전 제작 시스템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열악한 제작 환경을 개선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방송과 촬영을 병행하던 전통적인 제작 방식과 달리, 공개 전 충분한 후반 작업을 거쳐 제작을 마무리하고 전 세계에 콘텐트를 한꺼번에 유포하기 위해 사전 제작을 도입했다.
이성민 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부교수는 “넷플릭스 이후 사전제작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이른바 ‘쪽대본’ 관행이 사라졌다”며 “넷플릭스 작품이 아닌 콘텐트도 전반적으로 충분한 후반 작업을 거친 뒤에 작품을 공개해 완성도가 향상됐다”고 말했다.
기성 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나오기 어려운 다양한 장르, 소재의 작품도 다수 발굴했다. 좀비들이 나오는 사극 ‘킹덤’(2019)을 비롯해 ‘스위트홈’(2020), ‘지옥’(2021) 등 장르물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됐다. 기존 방송에서는 회당 60분, 16부작 등으로 고정됐던 드라마 형태가 6·8·10부작, 시즌제 등으로 다양화됐다.
빛과 함께 그늘도 따라왔다. 제작비는 폭등했는데, 지적재산권(IP)을 넘긴 탓에 글로벌 성과의 과실이 국내로 돌지 않으면서 산업계 전체가 구조적 어려움에 처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작품을 필두로 배우 출연료가 올라가기 전엔 회당 제작비가 5억원 내외였는데, 최근엔 25억~30억원 규모로 3~5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일례로 ‘오징어 게임’ 시즌1 제작비만 약 250억원, 시즌2·3에는 총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수 한양대 에리카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제작비가 상승하는 가운데 이를 회수할 수 있는 유통 창구가 제한되면 제작사는 글로벌 플랫폼의 투자 여부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며 “콘텐츠 시장의 외형은 커졌지만, 다양한 사업자가 경쟁하며 작품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산업 생태계는 오히려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K콘텐트의 세계적인 흥행에도 작품의 IP를 보유한 넷플릭스가 모든 과실을 누리는 것도 우려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은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사전에 모두 투입하는 대신 흥행했을 때의 이익을 모두 가져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지난달 17일 발표한 ‘세계적 지식재산권자 50’ 명단에 한국인(회사)는 하나도 없었다. 작품이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고 후속 시즌과 게임·상품 등으로 확장되더라도 제작사가 그 성과에 비례한 추가 수익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박기수 교수는 “IP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작품 흥행으로 제작비는 상승되고 재투자가 부담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면서, 콘텐트는 성공해도 제작사는 망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