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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도 화장실도 없는데…신혼부부 몰리는 ‘신비의 섬’

중앙일보

2026.10.22 08:05 2026.10.2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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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한복판에 자리한 섬, 스페인 마요르카는 유럽인이 사랑하는 휴양지다. 단애(斷崖)가 발달한 섬 남쪽에 멋진 해변이 즐비하다. 이 사진은 다이빙, 스노클링을 즐기기 좋은 갯마을 ‘칼라 살모니아(Cala S’Almonia)’에서 촬영했다.

지중해 한복판에 자리한 섬, 스페인 마요르카는 유럽인이 사랑하는 휴양지다. 단애(斷崖)가 발달한 섬 남쪽에 멋진 해변이 즐비하다. 이 사진은 다이빙, 스노클링을 즐기기 좋은 갯마을 ‘칼라 살모니아(Cala S’Almonia)’에서 촬영했다.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 자연이 가진 선명함과 신비로움이 이곳 바다와 하늘에 모두 녹아 있다.”

1838~39년 쇼팽과 함께 스페인의 섬 마요르카(Mallorca)에서 넉 달을 지낸 소설가 연인 조르주 상드가 남긴 문장이다. 마요르카는 유럽인이 사랑하는 휴양지다. 봄부터 가을까지 섬으로 몰려드는 유럽인이면 상드의 저 문장에 동의할 테다.

요즘은 한국인도 마요르카를 많이 찾는다. 바르셀로나·마드리드 같은 도시에서 문화와 미식을 탐닉하고, 산티아고 순례길도 열심히 걷던 한국인이 스페인이 자랑하는 휴양 섬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순, 마요르카에서 1주일을 지냈다. 도처에 신비가 깃든 섬이었다.

지중해 한복판, 제주도 두배 크기의 섬
마요르카 하면 바다다. 제주도 곱절 크기의 섬이 쪽빛 찬란한 지중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으니 얼마나 멋진 해변이 많겠나.

‘칼라 도르(Cala dor).’ 팔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렌터카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다. 섬 동남쪽의 해안 마을이다. ‘칼라(Cala)’ 혹은 ‘칼로(Calo)’는 좁은 만(灣)과 갯마을을 뜻하는 스페인어다. 단애(斷崖)가 발달한 섬 남쪽에 ‘칼라’가 많다.

호텔에 짐을 풀고 달려간 해변 ‘칼라 페티타(Cala petita)’는 과연 눈부셨다. 옥빛 바다에 뛰어들어 스노클링을 즐겼다. 낮 기온이 25도였는데도 살갗이 아릴 만큼 볕이 따가웠다.

스페인 사진가 요시고의 작품 배경으로 유명한 칼로 데스 모로.

스페인 사진가 요시고의 작품 배경으로 유명한 칼로 데스 모로.

서쪽으로 15분쯤 차를 몰아서 ‘칼로 데스 모로(Calo des moro)’를 찾아갔다. 한국에도 팬이 많은 스페인 사진가 요시고의 작품 배경으로 유명한 해변이다. 주차장에서 마을 길을 약 15분 걸은 뒤 아찔한 벼랑을 10분 더 걸으니 작품 같은 절경이 펼쳐졌다.

U자 모양의 아담한 만과 절벽, 해식 동굴과 영롱한 빛깔의 바다, 둥둥 떠 있는 사람들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한국인 신혼부부가 유난히 많았다. 칼로 데스 모로처럼 작은 해변에는 화장실, 샤워실, 카페 같은 편의시설이 없다. 수건과 물을 챙겨가길 권한다. 불법 주차도 엄격하게 단속한다.

북부 마을 ‘폴렌사’ 365개 계단길 장관
바다를 원 없이 즐긴 뒤 섬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스페인의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이 그의 고향 ‘마나코르(Manacor)’에 세운 테니스 훈련장 ‘라파 나달 아카데미’를 찾아갔다. 2018년 개장한 아카데미는 박물관, 기념품 가게, 호텔도 갖췄다. 나달의 흔적을 둘러보고, 그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도 샀다.

농가 숙소 아침상에 나온 신선한 햄과 치즈.

농가 숙소 아침상에 나온 신선한 햄과 치즈.

마나코르에서 북쪽으로 다시 1시간을 달려 폴렌사(Pollenca)에 도착했다. 이 소읍의 농가 숙소에서 이틀 밤을 묵었다. 9유로(약 1만3500원)라는 가격이 황송한 조식부터 염소와 조랑말이 뛰노는 열대 정원,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꿀잠을 선사한 300년 묵은 고택까지. 사흘이 아니라 한 달을 머물고 싶은 낙원이었다.

폴렌사 도심에서 열리는 일요시장도 정겨웠다. 올리브유와 와인, 수제 햄 등 지역에서 생산한 농축산물과 수공예품이 저렴했다. 마요르카가 스페인에서 가장 물가가 비싸다는 말은 여기서 통하지 않았다.

섬 북쪽에 자리한 ‘폴렌사’는 마을 풍경이 동화 같다. 엘 칼바리 계단에서 내려다본 구도심.

섬 북쪽에 자리한 ‘폴렌사’는 마을 풍경이 동화 같다. 엘 칼바리 계단에서 내려다본 구도심.

돌계단 365개로 이뤄진 ‘엘 칼바리(El Calvari) 계단’도 마을의 명물이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줄지어 선 언덕을 다 걸어 오르니 아담한 예배당이 나왔다. 여기서 굽어보는 마을 풍경이 딱 그림엽서였다.

석회암과 쪽빛바다 함께…트레일 명소
트라문타나 산맥 동쪽 끝자락을 걷는 ‘카미 드 보케르’ 트레일 풍경.

트라문타나 산맥 동쪽 끝자락을 걷는 ‘카미 드 보케르’ 트레일 풍경.

마요르카 북부에는 ‘트라문타나(Tramuntana) 산맥’이 동서로 길게 뻗어 있다. 최고봉(1445m)을 오르지 않더라도 걸을 만한 트레일이 수두룩하다. 폴렌사 인근, 왕복 6㎞ 거리의 트레일 ‘카미 드 보케르(Cami de Boquer)’를 걸어봤다.

길에서 마주친 야생 염소.

길에서 마주친 야생 염소.

건조한 석회암 협곡이어서 미국 서부의 사막을 닮았는데, 반환점인 ‘칼라 보케르’에 도착하니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 누런 석회암 계곡과 쪽빛 바다가 기묘하게 어우러졌다. 길을 걷는 내내 야생 염소를 마주쳤다. 어떤 녀석은 간식을 내놓으라며 졸졸 따라붙었다.

항구 마을 ‘소예르’의 명물 목조 트램.

항구 마을 ‘소예르’의 명물 목조 트램.

산맥 북서쪽 자락, 쇼팽이 지냈던 마을 ‘발데모사(Valldemossa)’는 관광객이 꼭 찾는 곳이다. 그가 요양했던 수도원은 밖에서 봐도 멋지고, 안에서 내다보는 풍광도 근사하다. 쇼팽은 여기서 ‘빗방울 전주곡’을 비롯한 숱한 명곡을 만들었다. 인근 항구도시 ‘소예르(Soller)’에서는 나무로 만든 트램이 다녔다. 당장 쇼팽과 상드가 손잡고 트램에서 내릴 것 같았다.

섬 최대 도시 ‘팔마’는 서울 명동 뺨칠 만큼 어수선했다. 고층 빌딩과 명품 숍 늘어선 거리가 하도 요란해 농가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가우디가 내부를 개조했다는 ‘팔마 대성당’은 의외로 천재 건축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가우디는 훨씬 획기적인 인테리어를 계획했으나, 교회 보수파와 갈등을 빚어 현장 감독을 중도 하차했다고 한다.


☞ 여행정보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한국에서 마요르카를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유럽의 주요 허브 공항을 경유해 바로 섬으로 가거나, 바르셀로나·마드리드 같은 스페인 도시에서 저비용항공을 타거나. 이번에는 KLM네덜란드항공(인천~암스테르담~팔마)을 이용했다. 마요르카에서는 렌터카가 있어야 편하다. ‘레코드고’라는 스페인 렌터카 업체를 이용했다. 할인 기간에 예약해서 쌌지만(1주일 약 12만원) 공항 대기 줄이 무척 길었고, 추가 요금 문제로 직원과 실랑이도 벌였다. 허츠·유럽카 같은 글로벌 업체가 비싸긴 해도 서비스가 좋다.




최승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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