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병이 성사되면 인공지능(AI) 모델부터 반도체, 자율주행, 로봇, 우주 데이터센터까지 주요 사업이 한 회사로 통합된다. 양사의 기업가치를 합치면 약 3조5000억달러(약 463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2일(현지시간) 디크립트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20일 스페이스X의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양사 이사회가 각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합병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두 회사를 합치는 데 상당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AI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설계, 로봇, 위성 기반 데이터센터·통신 등을 협업 분야로 꼽았다.
스페이스X는 지난 2월 AI 챗봇 ‘그록’ 개발사인 xAI와 합병했다. xAI는 지난해 소셜미디어 플랫폼 X를 인수했다. 테슬라까지 합류하면 그록과 X의 데이터, 스페이스X의 위성·우주 인프라, 테슬라의 자율주행·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이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다.
주요 협력 분야는 AI 인프라다. 스페이스X는 최대 100만개의 위성을 띄워 태양광으로 AI 모델을 구동하는 우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마인드’를 추진하고 있다. 지상 데이터센터의 전력·부지 부족을 우주에서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년 말부터 관련 위성을 배치하고 2028년에는 규모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양사는 미국 텍사스에 168억달러(약 22조2364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테라팹’도 공동 건설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와 로보택시 사이버캡, 스페이스X의 우주 데이터센터 등에 공급할 예정이다.
다만 우주 데이터센터의 사업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스페이스X는 기업공개(IPO) 서류에서 우주 AI 연산 기술이 검증되지 않았으며 상업성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약 2조달러, 테슬라는 약 1조5000억달러로 평가된다. 머스크의 합병 관련 발언 이후 테슬라 주가는 약 4% 올랐고, 스페이스X는 장중 10% 가까이 상승했다.
합병 조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성사를 위해서는 테슬라 전체 주식의 과반이 합병에 동의해야 한다. 합병 이후 머스크의 지배력도 주요 변수다. 머스크는 현재 테슬라 지분 약 20%를 보유하고 있으며, 스페이스X에서는 차등의결권을 통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합병 후 머스크가 통합회사 의결권의 약 56%를 확보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정부의 심사 가능성도 있다. 스페이스X는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주요 계약사인 반면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합병 과정에서 안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