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아재옷인 줄 알았는데…” 요즘 2030 난리난 ‘경량패딩’ 왜 [비크닉]

중앙일보

2026.10.22 14:00 2026.10.23 04:3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등장하는 검은색 패딩 군단이 올해는 색달라질 예정이다. 롱패딩 대신 짧은 기장의 경량패딩이 인기를 끌고, 블랙과 그레이 대신 핑크와 옐로, 스카이블루 등 다채로운 색상이 주목받으면서다.

올가을 경량패딩이 인기를 끌면서 검정과 회색 등 무채색뿐 아니라 노랑, 하늘색, 주황 등 다양한 색상의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에 진열된 경량패딩. 사진 이지영 기자

올가을 경량패딩이 인기를 끌면서 검정과 회색 등 무채색뿐 아니라 노랑, 하늘색, 주황 등 다양한 색상의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에 진열된 경량패딩. 사진 이지영 기자


과거 경량패딩은 보온성을 위해 두꺼운 외투 안에 받쳐 입는 품목으로 튀지 않는 무난한 색상이 대세였다. 요즘은 다르다. 경량패딩이 단독으로 스타일링할 수 있는 품목이 되면서 취향에 맞춰 고르는 패션 아이템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와 가격대의 선택지가 생기면서 기본 색상 외에 포인트가 되는 색상을 추가로 구매하는 이들도 많다.

“아재옷인 줄 알았는데”…색 입고 젊어진 경량패딩
경량패딩은 한때 중장년층이 즐겨 입는 이른바 ‘아재옷’으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2030세대도 즐겨 찾는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세대 간 경계가 옅어지고 있다.
검정과 회색 등 무난한 색상을 벗어나 머스타드처럼 개성 있는 색상의 경량패딩도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르아르 홈페이지 캡처

검정과 회색 등 무난한 색상을 벗어나 머스타드처럼 개성 있는 색상의 경량패딩도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르아르 홈페이지 캡처


대학생 주정현(24)씨는 최근 아버지와 같은 디자인의 경량패딩을 색상만 다르게 구매했다. 아버지는 검정색, 주씨는 노란색 계열을 골랐다. 주씨는 “겨울옷은 늘 검정이나 회색처럼 무난한 색상만 입었는데, 친구가 밝은 색 패딩을 입은 걸 보고 머스타드색을 골랐다”며 “검정색을 입고 싶은 날에는 아빠 것과 바꿔 입을 수도 있고, 날씨가 더 추워지면 두꺼운 외투 안에 겹쳐 입을 수도 있어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이제 경량패딩은 특정 세대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옷이 되고 있다. 부모와 자녀가 같은 디자인을 입더라도 색상에 따라 서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것이다.

거래액 718% 급증…핑크부터 머스타드까지 색상 경쟁
경량패딩의 인기는 판매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경량패딩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718% 증가했다. 패션업계가 가을·겨울(FW) 시즌 경량패딩을 주력 아이템으로 내세운 가운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부터 구매하는 ‘얼리버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수요에 맞춰 패션 브랜드들도 경량패딩의 색상과 디자인을 다양화하고 있다. 검정과 회색 등 기본 색상에 더해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컬러 제품을 선보이는 모습이다.

국내 패션 브랜드 카비시는 부드러운 분홍빛의 ‘클라우드 핑크’ 색상을 적용한 ‘소프트 에어 하이넥 패디드 재킷’을 선보였다. 오픈야드는 스카이블루 색상의 ‘커브드 지퍼 라이트웨이트 푸퍼 재킷’을, 르아르는 머스타드 색상의 ‘에센셜 후디드 라이트 패딩 자켓’을 판매하고 있다.

경량패딩은 가을에는 단독으로 입고 겨울에는 두꺼운 외투 안에 겹쳐 입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에서 주황색 경량패딩을 활용한 스타일링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이지영 기자

경량패딩은 가을에는 단독으로 입고 겨울에는 두꺼운 외투 안에 겹쳐 입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에서 주황색 경량패딩을 활용한 스타일링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이지영 기자


무신사 스탠다드 역시 올해 ‘시티 레저 시어 후디드 라이트 다운 재킷’을 9가지 색상으로 선보였으며, 또 다른 제품인 ‘시티 레저 후디드 라이트 다운 재킷’도 카키·클라우디 블루·피스타치오·더스티 베이지 등 다양한 색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최근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가볍게 입을 외투를 찾기 시작했다는 직장인 이주연(35)씨는 “예전에는 경량패딩이라고 하면 검정이나 흰색, 남색 정도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색상이 정말 다양해져서 놀랐다”며 “연보라색이나 실버 색상이 예뻐 보여서 어떤 걸 살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량 방한 재킷도 보온성뿐 아니라 색상과 디자인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유니클로 매장에 흰색과 연보라색, 남색 등 여러 색상의 퍼프테크 재킷이 진열돼 있다. 사진 이지영 기자

경량 방한 재킷도 보온성뿐 아니라 색상과 디자인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유니클로 매장에 흰색과 연보라색, 남색 등 여러 색상의 퍼프테크 재킷이 진열돼 있다. 사진 이지영 기자


이 같은 변화는 가을·겨울 패션 전반에서 나타나는 색상 다변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생활문화기업 LF에 따르면 지난 8월 1일부터 23일까지 LF몰에서 ‘보라’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53%, ‘버건디’ 검색량은 68% 증가했다. LF가 전개하는 브랜드 빈스는 올해 가을·겨울 시즌 퍼플 계열 상품을 지난해보다 두 배 확대했고, 헤지스도 스웨터 색상의 약 15%를 퍼플·버건디 계열로 구성했다. 이는 경량패딩에 한정된 수치는 아니지만, 가을·겨울 패션 전반에서 색상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너에서 아우터로…실용성에 가격 선택지도 넓어져
경량패딩이 주목받는 이유는 색상만이 아니다. 가볍고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일교차가 큰 가을에는 티셔츠나 니트 위에 단독으로 걸치고, 겨울에는 코트나 두꺼운 외투 안에 겹쳐 입을 수 있다. 한 벌을 여러 계절에 걸쳐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디자인 역시 달라졌다. 과거에는 몸에 밀착되는 얇은 형태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후드형, 하이넥, 여유로운 실루엣 등 일상복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청바지와 운동화에 편하게 매치하거나 스커트, 니트 등과 조합해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다.

과거 보온성을 중시하던 경량패딩이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갖춘 패션 아이템으로 변신하고 있다. 핑크와 그린 등 화사한 색상의 경량패딩을 활용한 스타일링. 사진 카비시 홈페이지 캡처

과거 보온성을 중시하던 경량패딩이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을 갖춘 패션 아이템으로 변신하고 있다. 핑크와 그린 등 화사한 색상의 경량패딩을 활용한 스타일링. 사진 카비시 홈페이지 캡처


패션업계에서도 경량패딩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량패딩을 선택할 때 보온성과 가벼운 무게뿐 아니라 디자인까지 고려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제품군도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과거 겨울철 보온용 이너웨어로 주로 활용됐다면 최근에는 간절기 단독 아우터로 입는 등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 선택의 폭도 넓다. 경량패딩은 충전재와 소재, 브랜드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지만 캐주얼 브랜드와 SPA 브랜드 등에서는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대의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제품을 고르면 기본 색상 외에 포인트가 되는 색상의 경량패딩을 추가로 구매해 옷차림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이제 경량패딩은 추위를 막기 위한 옷이라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가벼운 무게와 실용성에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까지 더해지면서 가을·겨울 일상 패션의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b.이슈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이슈를 건져 올립니다.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하고, 시대와 호흡해 성장하는 브랜드와 기업을 조명합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이지영([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