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 신분이 불안정한 시카고 지역 이민자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을 우려해 낮 외출을 줄이고 야간에 일상생활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카고 선타임스와 WBEZ는 이들이 어두워진 이후에 일을 하거나 장보기와 빨래방 이용을 하는 등 생활 방식을 바꿔 소득 감소와 수면 부족,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매체가 추방 데이터 프로젝트에서 확보한 ICE 체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초부터 8월 첫째 주까지 쿡카운티에서만 1,560명이 체포됐다. 법원과 학교, 식료품점 등 일상적인 장소에서도 단속 요원에게 체포된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해 시카고 일대에서 진행된 연방 이민 단속 작전 ‘미드웨이 블리츠’가 공식 종료된 뒤에도 단속에 대한 불안이 이어지면서 불체자들은 외출을 최소화하고 일정을 바꾸고 있다.
시카고에 사는 구스타보 도밍게스(49)와 아내 패트리샤 다빌라(67)는 집 근처에서 단속 요원들이 사람들을 연행하는 모습을 본 뒤 밤에 세탁과 장보기를 한다. 도밍게스는 단속 요원과 마주칠까 두려워 한동안 우버를 타고 직장에 출근했으며, 퇴근할 때는 동료의 차를 얻어 타기도 했다. 부부는 이민 단속으로 한쪽이 체포돼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상황에 대비해 두 달 치 집세를 비상금으로 마련해 두었다. 다빌라는 남편이 직장에 무사히 도착했는지 확인하는 문자 메시지를 매일 기다린다.
생계 유지를 위한 활동 방식이나 시간대를 바꾼 사례도 있다. 약 16년간 길거리에서 과일과 간식을 팔아온 기예르모 플로레스(54)는 단속 소식이 들리면 하루 이상 장사를 쉬어 수입이 줄어든다. 그는 식재료를 사는 시간을 오전 7시에서 해 뜨기 전인 오전 5시로 앞당겼다. 다만 밤에는 강도 피해가 걱정돼 늦게까지 영업하지 않는다. 신분 노출과 이민 단속을 우려해 야간 돌봄 일을 자처하는 이들도 늘었다.
단속에 대한 불안은 건강과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는 외출을 꺼려 예방 진료를 미루거나 원격 진료와 우편 처방을 이용한다. 야간 근무 후 자녀를 돌보느라 잠을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이민자 정신건강 연합의 치료사 로즈머리 마가냐는 친구•이웃과의 만남과 주말 모임이 줄면 불안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회적 관계도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두려움을 털어놓고 서로 지지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