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부 개척을 가속한 사건이 '골드러시'다.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퍼지자 수많은 사람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서부로 몰려갔다. 그러나 정작 금을 발견한 제임스 마셜은 큰돈을 벌지 못했다. 뜻밖의 승자는 새뮤얼 브래넌이라는 상인이었다.
금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강으로 달려가 금을 캐는 대신 주변의 곡괭이와 삽, 사금을 거르는 접시를 사들였다. 그런 다음 금가루가 든 병을 들고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돌아다니며 외쳤다. “금이다! 아메리칸강에서 금이 발견됐다!” 사람들은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금광으로 달려갔고, 금을 캐기 전에 브래넌의 가게부터 찾아가 삽과 곡괭이를 샀다. 브래넌은 금을 캐지 않고도 캘리포니아 최초의 백만장자가 됐다. 금이 어디에 얼마나 묻혀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금을 캐려는 사람들이 잠을 자고 밥을 먹으며 삽을 사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부자 중에는 금광에 직접 뛰어드는 대신, 사람들이 금광으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금을 파는 데 꼭 필요한 삽을 팔았던 사람들이 많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도시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땅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좁은 땅에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하려면 건물을 높이 올려야 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당시 승강기는 줄이 끊어지면 그대로 추락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타기를 두려워했다. 1854년 엘리샤 오티스는 뉴욕의 전시장에서 자신의 안전 엘리베이터에 직접 올라탔다. 승강기가 사람들 머리 위까지 올라가자 밧줄을 끊으라고 명령했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지만 승강기는 몇 인치 떨어지다 멈췄다. 오티스는 놀란 관중을 향해 태연하게 외쳤다. “여러분, 안전합니다.” 그가 만든 안전장치 덕분에 사람들은 높은 층까지 안심하고 오를 수 있었고, 마천루의 시대가 열렸다. 오티스는 고층건물을 지은 사람이 아니었다. 빌딩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을 판 사람이었다.
석유왕 존 록펠러가 스탠더드 오일을 세운 것은 1870년이다. 당시 석유의 주력 상품은 자동차용 휘발유가 아니라 등불을 밝히는 등유였다. 정제 과정에서 함께 나오는 휘발유는 쓸 곳이 마땅하지 않아 버려지기도 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물은 귀하게 팔면서 콜라는 하수구에 버린 셈이다. 그런데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세상이 뒤집혔다. 자동차가 보통 사람들의 교통수단이 되자 골칫덩이 부산물이던 휘발유가 석유산업의 주인공이 됐다. 스탠더드 오일은 이미 원유의 정제와 운송, 저장과 판매망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가장 유리한 자리에 서게 됐다. 자동차회사들은 서로 경쟁했지만 어느 회사의 자동차가 팔리든 기름은 반드시 필요했다.
지금은 AI 시대다. 사람들은 ChatGPT와 Claude 중 누가 더 똑똑하고 어느 회사가 최종 승자가 될지를 궁금해한다. 인공지능을 운영하려면 수많은 반도체와 서버, 데이터센터와 전력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영리해질수록 이를 떠받치는 시설은 더 거대해진다. Open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이 참여하는 ‘스타게이트’는 앞으로 4년간 미국의 AI 기반시설에 최대 5,0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Claude를 만든 앤트로픽도 미국의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은 컴퓨터 앞에 앉은 천재들이 만드는 소프트웨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도체와 발전소, 건설회사와 냉각시설까지 함께 움직이는 거대한 기반산업이다. 물론 기반시설을 선점했다고 무조건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철도를 과도하게 건설해 파산한 회사도 있었고, 인터넷 시대에는 깔아 놓은 광케이블이 오랫동안 놀기도 했다. 미래를 보는 것과 현명하게 투자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금광 시대에는 삽, 철도 시대에는 철, 자동차 시대에는 기름이 필요했다. 금맥을 맞히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이 어디로 몰리는지는 보인다. 금을 캐려는 사람이 늘어나면 삽은 더 필요해진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삽은 무엇일까? (변호사,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