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가을은 독서의 계절, 시월은 문화의 달”이라는 명언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말이다. 지금은 “일 년 사시사철 매일이 책 안 읽는 계절”이다.
종이책은 사망선고를 받고 목숨이 간당간당하는 판이고, 사람들은 동영상 채널, 소셜미디어 등에 빠져 인공지능이 읽어주는 걸 듣는 것으로 만족한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사고(思考) 과정을 인공지능에 맡겨버리고, 아예 생각 자체를 하려 하지 않는다. 이를 전문용어로 ‘생각의 외주화’라고 한단다.
인공지능의 나쁜 영향을 걱정하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아무리 요란해도 눈도 깜빡 않는다. 이렇게 지나치게 AI에 의존하며 독서가 소멸한다면, 결국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심상치 않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통계가 말해주는 차가운 현실이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 독서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서글퍼진다. 한국의 경우 2025년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라고 한다. 연간 종합독서율이란 1년간 일반 도서를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이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성인 10명 중 단 4명만이 일 년에 책을 한 권이라도 읽었다는 이야기다. 2013년 71.4%로 정점을 찍은 뒤 12년째 계속 하락하는 중이라고 한다. 우리 미주 한인 사회에는 통계조차 없지만, 아마도 한국의 현실보다 훨씬 열악할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독서율의 하락이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영국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독서율이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2026년을 ‘국가 독서의 해’로 정하고 독서를 독려하고 있다.
책 안 읽는 나라, 책 안 읽는 사회, 책 안 읽는 개인의 미래를 생각해본다. 자꾸 낮아지기만 하는 독서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노력이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 다양하게 전개되지만, 별로 효과가 없는 모양이다. 답답하다.
“책을 뭐하러 읽어?”라고 당당하게 묻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흔히들 독서를 정신을 살찌우는 ‘마음의 양식’으로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뛰어넘어 뇌의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독서는 두뇌 건강과 인지 능력, 행복감을 높이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밝히는 독서의 효과는 매우 크다.
△즐거운 독서가 뇌의 구조를 바꿔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를 예방하는 뇌 보약 역할을 한다. ‘즐거운 독서’란 독서에서 얻게 될 만족감을 기대하며 자유 의지에 따라 하는 독서를 말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자선단체 퀸즈리딩룸 연구진의 논문)
△책, 신문, 잡지를 읽는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33% 낮았다. 75살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독서 활동이 치매 위험을 35% 줄여주는 것으로 확인됐다.(65살 이상 801명 4.5년간 관찰)
△독서의 인지 기능 효과는 노년기에 더욱 중요하다.
△독서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와인이나 목욕보다 좋다. (영국 성인 4000여명 대상 조사 결과)
△단 5분간의 소설 읽기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최대 20%까지 감소한다.(2024년 퀸즈리딩룸이 의뢰한 신경과학 연구)
△독서가 주는 인지적 이점은 수학적 성과로도 이어진다. 뇌영상(MRI) 촬영 결과, 어릴 때 독서를 즐긴 아이들은 언어, 인지,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부피와 면적이 더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설 읽기가 다른 부문의 독서에 비해 언어 능력 향상에 더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공감 능력을 높이고 편견을 줄이며, 세계관을 확장하는 이점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캐나다 요크대 연구진 논문)
어디선가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슬프다. “그래서 뭐 어쩌란 거냐? 그렇게 좋으면 당신이나 실컷 읽어라. 나는 눈이 아파서 노땡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