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독자마당] 샌디에이고 형

Los Angeles

2026.10.22 19:4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3남 1녀 형제 중, 제일 큰형이 샌디에이고에 산다. 나보다 9년 위이니, 올해 딱 80세다. 워낙 돌아다니기를 즐기지 않는 심플 라이프 주의자이다. 오랜만에 주말에 내려가 점심을 함께 먹고 싶다고 하니 목소리가 확 밝아진다. “응 그래, 몇 시에 올래. 근처에 한인이 운영하는 일식집이 있는데 점심 도시락이 맛있어” 한다.  
 
 일요일 아침, 트래픽도 없고, 혼자 가는 길에 마음이 좀 들뜬다. 커피를 마시며 70,80년대 발라드 음악을 들으며 가는 길이 참 느긋하다.
 
동네 집 중에서도 제일 안쪽, 나무가 많은 집, 올 때마다 참 형다운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찾아오기 전에는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 집이다. 전엔 마당에 깻잎도 있고 조그만 상추밭도 있었는데, 이번엔 안 보인다.  
 
“요즘 그런 게 귀찮아졌어.” 마당 가꾸기를 좋아하던 양반인데, 금붕어가 있는 연못을 애지중지했었는데…. 속절없는 시간이 형을 조금씩 붙잡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가장 더웠던 날,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리빙룸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주로 지나간 이야기들이다.
 
일식집에 도착하니 치과를 하는 조카 식구들도 왔다. 도시락을 먹으며 조카의 아이들 이야기를 한다. 큰아이가 운전을 시작했다고, 내후년엔 대학에 간다고. 처음 만날 때 개구쟁이 꼬마였던 조카가 어느새 50세가 넘어 얼굴에는 제법 주름도 보인다. 치과를 확장해야겠다고 한다. 아이들이 뭘 전공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도시락은 맛있고 이야기도 계속된다.
 
어릴 때 형이 나를 업고 다니며 놀았다고 한다.(내 기억엔 없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형은 벌써 대학생이었다.
 
형이 미국 유학을 떠나자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나도 미국에 오게 됐다. 세월이 이렇게 흐르고, 형과 나는 부모님이 누리지 못했던 장수의 복을 누리고 있다. 몇 달 만에 한 번씩 만나는 형이 건강하고 편안하게 잘 지내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 운전 조심하고 연말에 한번 보자.” 형이 말한다.

조병덕·LA거주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