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패배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공화당 내에서도 “정치적 자살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논란의 선거 광고를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내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수만 있다면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수시티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민주당을 ‘급진 공산주의 세력’으로 몰아세워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가 도덕성 관련 논란이 불거진 사안까지 선거 재료로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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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은 생략하고…“내가 아는 건 거짓말쟁이 발언”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어머니가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딸은 주지사는 고사하고 공직도 맡지 못한다”며 “나는 결함 있고 부정직하며 무능한 후보의 어머니가 딸이 얼마나 거짓말에 능하고 도둑질을 잘하는 재앙인지 알려주는 광고를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계속하라고 했다”고 적었다.
오하이오주 민주당 주지사 후보 에이미 액턴의 친모 도나 아서. 공화당 상대 후보 측에서 제작한 선거 광고 영상에 등장한 그는 딸을 ″거짓말쟁이″라고 불렀지만, 과거 어린 액턴을 학대한 남편을 감쌌다. 동영상 캡처
트럼프가 언급한 광고는 오하이오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비벡 라마스와미가 민주당 에이미 액턴의 생모를 등장시켜 “내 딸은 평생 거짓말을 해왔다”고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화당은 생모의 증언을 내세운 해당 광고로 민주당 후보의 도덕성을 공격했다. 그러나 액턴이 어린 시절 계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고, 생모는 강간 협의로 기소된 계부와 함께 액턴 등 자식을 평생 버렸던 사실이 알려지며 공화당에서까지 ‘자살골’이란 비판이 나왔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나는 그 일(아동 성적 학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내가 아는 건 어머니가 액턴에 대해 아주 나쁜 말을 했다는 것 뿐”이라고 했다. 사건의 경위와 무관하게 ‘거짓말쟁이’라고 한 생모의 증언만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오하이오 주지사 선거 과정에서 공화당 후보가 방영한 광고와 관련한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이어 “만약 그 광고가 내 어머니에 관한 것이었다면 당신(언론)들은 그 광고를 매우 좋아했을 것”이라며 “이 사안은 생모가 자신의 딸에 대해 아주 나쁜 말을 한 것 뿐인데, 이를 왜 감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과거사까지 공개하며 반박한 액턴의 입장에 대해선 “딸(액턴)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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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까지 활용…“지지자 뭉치면 이긴다”
논란이 불거진 광고에 대해 침묵했던 트럼프가 돌연 지지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불리한 이슈에 계속 끌려가는 것보다 차라리 ‘진흙탕 싸움’으로 전환시킬 경우 오히려 지지층 결집을 위한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오하이오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비벡 라마스와미가 연설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제 트럼프는 이날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물론”이라며 “내가 출마하면 유권자가 50% 늘어나기 때문에 내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수 있다면 이길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만약 내 지지자들을 이끌지 못하면 이기지 못할 것”이라며 “내 호소에 지지자들이 조금만이라도 투표장에 나온다면 압도적인 차이로 쉽게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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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후폭풍…‘민주당 우세’로 변경
트럼프는 또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며 “어떤 면에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수많은 ‘위대한 애국자들’은 정말 이를 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을 완전히 박살냈고, 더 강경하게 나설 수도 있다”며 전면전 가능성도 시사했다.
유세 중에는 “우리는 호수와 만이 있고, 이제 강과 대양이 필요하다”며 대서양의 이름을 ‘아메리카양(American Ocean)’으로 바꿀 수 있는지 구글의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전화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다만 구글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거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서양 대신 태평양의 이름을 바꿀 수 있는지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지원 유세에서 특유의 춤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논란을 일으켰던 자의적 지명 변경을 내세워 ‘미국 우선주의’를 자극하고, 물가 상승을 견인하며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이란전쟁에 대해선 전쟁의 명분을 내세워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다.
광고가 방영된 오하이오는 2016년부터 세 차례 대선 모두 트럼프를 지지했던 지역이다. 그러나 고물가와 저조한 제조업 부흥, 데이터센터 논란 등이 겹치며 민심이 급격하게 변했다. 마리스트가 지난 15~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액턴의 지지율이 50%를 기록하며 라마스와미(43%)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예측기관 ‘사바토의 수정구슬’은 이날 오하이오주지사 선거 판세를 기존의 ‘경합’에서 ‘민주당 우세’로 변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지원 유세에서 단상에 오르고 있다. 그의 앞에는 방탄 유리가 설치돼 있다. AP=연합뉴스
라마스와미가 해당 광고를 공개한 것은 지지율이 뒤집힌 시점과 겹친다. 광고가 방영된 이후 논란이 일었지만 라마스와미 캠프는 광고를 철회하지 않고, 오히려 광고 방영에 4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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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돌리는 젊은층…20대 지지율 16%
이날 뉴욕타임스(NYT)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18~29세 유권자의 트럼프 지지 비율은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은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94%가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86%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반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버드 케네디스쿨 정치연구소 산하 하버드여론프로젝트(HPOP)가 공개한 ‘청년 여론조사’에서도 63%가 ‘트럼프에 반대하기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를 지지하기 위해 투표한다는 응답은 14%였다. 또 민주당 지지자의 50%는 투표 의사를 밝힌 반면, 20대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은 34%에 그쳤다.
특히 20대 유권자의 62%가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고, ‘바른 방향으로 간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다. 이 기관의 역대 조사 중 최저치다. 또 부모 세대보다 지금 세대가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7%로, 더 나아질 거란 답변(25%)을 처음으로 앞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