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호 태풍 참피가 대만에 강풍과 폭우를 몰고 오면서 1명이 숨지고 350명이 다쳤다. 항공편이 1000편 가까이 취소되고 정전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태풍이 일본 규슈(九州) 쪽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돼 일본 당국도 경계를 강화했다.
23일 태풍 참피의 영향으로 강풍과 비가 몰아친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 남성이 대만 국기 문양의 우산을 쓴 채 ‘타이베이’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대만 소방당국은 23일 밤 현재 참피로 인한 인명피해를 사망 1명, 부상 350명으로 집계했다.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각종 피해 신고는 3671건에 달했다. 한때라도 전기가 끊긴 가구는 누적 15만6720가구로 이 중 2만1034가구는 복구를 기다리고 있다. 주민 4372명도 위험 지역에서 대피했다.
대만에서는 일상이 멈췄고 경제활동에도 차질을 빚었다. 타이베이(臺北)와 TSMC 본사가 있는 신주(新竹) 등 20개 지자체에 휴무·휴교령이 내려졌고 증시도 문을 닫았다. 이날 국내선 262편과 국제선 717편 등 항공편 979편도 취소됐다. 다만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는 태풍에 따른 중대한 영향 없이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태풍의 영향 범위가 넓고 이동 속도까지 느려지면서 피해가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만 중앙기상서에 따르면 초속 약 14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부는 영역은 태풍 중심에서 반경 320㎞에 달했다. 북동부 이란(宜蘭)현 다퉁(大同)향에는 이날 밤까지 하루 동안 614㎜의 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기상서는 참피가 북동부 근해에서 진로를 바꾸거나 맴돌며 북부 지역의 비바람이 24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타이베이·신베이(新北)·타오위안(桃園) 등 13개 지자체는 24일에도 휴무·휴교 조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일본 남서부에서도 항공편 결항이 잇따랐다. 23일 오키나와(沖縄)현과 가고시마현(鹿児島)을 오가는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 항공편 59편이 결항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시가키(石垣)섬은 전날 오후 공항이 폐쇄됐고 여객선 운항도 중단됐다. 가고시마에서는 이날부터 사흘간 예정됐던 마라톤 행사가 취소됐다.
일본 기상청은 오키나와 남부 사키시마(先島)제도에서 강풍과 높은 파도에 각별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태풍의 강한 바람이 바닷물을 해안으로 밀어 올려 침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기상청 관계자는 “특히 최대풍속이 초속 40m에 달해 달리는 트럭을 옆으로 넘어뜨릴 만큼 강한 바람이 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총리관저를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고, 오키나와현도 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대비 상황을 점검했다.
태풍 참피가 접근한 22일 일본 남서부 이시가키섬의 한 호텔에서 해변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모래주머니가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참피는 23일 오후 11시 기준 요나구니(与那国)섬 북서쪽 약 80㎞ 해상에서 시속 20㎞로 북북서진했다. 중심 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45m로 시속으로 환산하면 162㎞에 달했다. 순간적으로 부는 가장 강한 바람은 초속 60m, 시속 216㎞ 수준이었다.
참피는 대만과 일본 사이 동중국해를 북상하다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26일쯤 규슈에 가까이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같은 날 밤 시코쿠(四国) 해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