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부터 남은 수명이 불과 2~3개월이라는 절망적인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남성이 14년째 암을 이겨내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목숨을 앗아간 희귀 췌장암 진단을 받았지만, 첨단 신치료법을 통해 암세포를 성공적으로 억제해낸 덕분이다.
20일 ABC7에 따르면 이야기의 주인공은 은퇴한 UCLA 의과대학 명예교수인 페데리코 칼리넥이다.
그가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처음 감지한 것은 지난 2012년이었다. 종양이 담관을 압박하면서 찾아온 황달이 시작이었다. 검사 결과는 참담했다. '췌장 신경내분비종양(PNET)'이라는 희귀 암이었고, 이미 암세포는 췌장을 넘어 비장과 위, 간 등 복부 주요 장기 여럿으로 전이된 상태였다. 의료진조차 그에게 허락된 시간이 불과 몇 달에 지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칼리넥은 삶의 끈을 놓지 않았다. UCLA 의료진을 찾아가 췌장과 위의 일부를 절제하는 대수술을 감내하며 암의 사나운 기세를 일단 잠재웠다. 그렇게 버텨온 시간, 하지만 2020년 그에게 다시 한번 암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를 구원한 것은 첨단 의학의 새로운 희망이었다. 약 1년 전 연방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새로운 암 치료법이 등장한 것이다.
이 치료법의 이름은 ‘펩타이드 수용체 방사성핵종 치료(PRRT)’. 정밀 영상검사인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으로 종양 세포의 위치를 정확히 핀포인트로 잡아낸 뒤, 방사성 물질을 투여해 암세포 내부에서 직접 사살하는 정밀 공격 방식이다. 암세포 내부에 침투해 스스로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의료진은 이를 이른바 ‘분자 트로이 목마’라고 부른다.
UCLA의 티머시 도나휴 박사는 “종양 세포만을 표적으로 삼아 직접 사살하는 방식”이라며 “췌장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에 매우 뛰어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칼리넥 역시 이 신치료법을 받아 재발했던 암을 다시금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칼리넥은 이제 자신과 같은 절망에 빠진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췌장암 연구 지원 비영리단체인 ‘허시버그 재단’과 손을 잡고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오는 25일에는 UCLA 캠퍼스에서 열리는 재단의 연례 대표 행사 ‘LA 암 챌린지 5K(LA Cancer Challenge 5K)’ 레이스에도 직접 참가해 발을 맞춘다.
재단 또한 올해 칼리넥의 목숨을 구한 PRRT와 같은 표적 치료법을 널리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PNET 패스웨이 보조금 프로그램’을 결성하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도나휴 박사는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은 다른 암에 비해 연구 자금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분야”라며 “허시버그 재단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연구 지원에 나서주고 있어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한때 몇 달 뒤의 삶조차 기약할 수 없었던 시한부 환자 칼리넥. 14년이라는 시간을 견뎌낸 그의 생존기는 이제 다른 암 환자들에게 '살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되고 있다.
그는 이날 ABC7과의 인터뷰에서 밝은 표정으로 힘주어 말했다.
“나는 암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