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용준 기자] “로크라는 챔피언 자체가 킬을 굉장히 많이 수급할 수 있는 카드라고 생각했어요. 잘 풀리면 최소 10킬 이상은 먹을 수 있는 챔피언이라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붙였습니다.”
톱 e스포츠(TES)를 상대로 단 23분 만에 킬 스코어 24-7의 압승을 거둔 한화생명의 미드 라이너 ‘제카’ 김건우(24)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로크’ 픽에 담긴 전술적 배경과 함께 무려 17킬을 쓸어 담은 비결을 담담히 풀어놓았다. 그동안 갈고 닦은 그의 단단한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한화생명은 24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텍사스주 앨런 크레딧 유니언 오브 텍사스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 '2026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스위스 스테이지 1라운드 TES와 경기에서 23분 51초만에 킬 스코어 24-7로 압승, 기분 좋게 스위스 스테이지 2라운드 1승 0패조로 합류했다.17킬 1데스 5어시스트로 화끈한 무력 시위를 펼친 '제카' 김건우가 POS로 선정됐다.
경기 후 OSEN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김건우는 밝고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먼저 스위스 스테이지 서전에서 오리아나를 상대로 과감하게 ‘로크’를 꺼내 들었던 배경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그의 선택은 일반적으로 오리아나가 라인전 주도권 싸움에서 다소 우위에 선다는 통념을 완전히 정면으로 부딪힌 선택이었다. 김건우는 "오리아나와 로크의 매치업 자체가 로크도 라인전을 충분히 해볼 만하고, 무엇보다 교전 단계에서 로크가 지닌 선주도권이 매우 강력하다"면서 "각 챔피언의 장점이 다르지만 로크의 강점을 제대로 살리면 충분히 게임을 유리하게 주도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자신 있게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는 그의 판단대로 전개됐다. 초반 미드 지역에서 상대의 기습적인 3인 다이브 공세에 맞닥뜨리는 아찔한 순간이 찾아왔으나, 김건우는 당황하지 않고 현란한 무빙과 환상적인 드리블로 상대의 핵심 스킬들을 연이어 흘려내며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이 과정에서 정글러 ‘카나비’ 서진혁의 개입과 연계되어 퍼스트 블러드를 빚어냈고, 곧바로 이어진 교전에서 상대 추격조까지 깔끔하게 정리하며 초반 주도권을 완전히 거머쥐었다. 김건우는 "초반부터 기분 좋게 풀려나가면서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OSEN DB.
이처럼 큰 무대에서 흔들림 없는 대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근 치러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의 경험이 굳건한 자양분이 되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해 나섰던 당시의 치열했던 여정은 그에게 기술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성숙까지 안겨주었다.
귀국 인터뷰에서 당시 진솔하고 책임감 있는 답변으로 팬들 사이에서 깊은 울림을 주었던 그는 "팀 소속이 아니라 국가를 대표해서 나서는 대회다 보니 책임감과 부담감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며 "그 막중한 압박감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의 만족감이 너무나 컸고, 그 과정을 통과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한층 더 단단해졌다"고 전했다. 당시의 경험이 현재 월즈 무대에서 매 경기 집중력을 유지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미국 현지에서의 일상과 스위스 스테이지 2라운드를 향한 각오에서도 프로다운 면모가 묻어났다. 숙소와 연습실이 가깝게 위치해 있어 하루 종일 대회 준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김건우는 "날씨가 좋을 때 가끔 산책도 하고 가벼운 운동도 해야 하는데, 머릿속에 온통 게임 생각뿐이라 자꾸 연습실로 발걸음이 향한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이제 겨우 첫 경기를 치렀을 뿐이며, 2라운드부터는 훨씬 더 강력하고 까다로운 팀들을 만나게 될 것이 자명하다"며 "오늘 승리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철저하게 준비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라이엇 게임즈 플리커.
마지막으로 대서양 건너 한국에서 늦은 새벽 시간까지 잠을 줄여가며 응원을 아끼지 않는 팬들을 향한 애정 어린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건우는 "새벽 시간대에 경기가 열림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그 마음에 늘 깊이 감사하고 감동하고 있다"며 "새벽에 잠도 못 주무시고 응원해 주시는데 경기를 지거나 늘어지면 안 되지 않나. 팬들께서 푹 주무실 수 있도록 앞으로도 경기를 깔끔하고 빠르게 끝내겠다"고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를 매듭지었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