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31)가 한국에서 프로대회 첫 우승에 도전한다.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열린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김시우는 4언더파 67타를 쳤다. 중간합계 10언더파로, 선두인 일본의 가쓰라가와 유토(13언더파)에 3타 뒤진 공동 3위다. 남아공의 케이시 자비스가 11언더파로 2위, KPGA 투어 제네시스 포인트 1위 신상훈이 김시우와 함께 공동 3위다.
선두 가쓰라가와는 이날 8언더파 63타를 몰아쳤지만 큰 무대 경험은 많지 않다. 세계랭킹 13위 김시우에게 기회가 있다. 김시우는 "한국에서 우승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에 우승하면 꿈같은 일이 될 것"이라며 “3타 차에서 더 벌어지면 안 된다. 초반 6~7개 홀에서 2~3언더파를 치고 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PGA 투어 4승의 김시우에게 한국 우승이 없다는 건 의외다. 이유가 있다. 그는 한국에서 프로 생활을 한 적이 없다. 17세 고등학생이던 2012년 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을 역대 최연소로 통과해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 뒤 국내 대회 출전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우승에 가장 가까웠던 건 10년 전인 2016년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준우승이다.
올해는 김시우 골프 인생 최고의 시즌이다. 우승은 없지만 준우승 세 번을 포함해 톱10에 11차례 들었다. 준우승과 톱10 횟수 모두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 다음이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PGA 투어 시즌 상금 1000만달러를 넘었고, 세계랭킹은 개인 최고인 13위까지 올랐다. 7월 디 오픈에서는 최종 라운드 전반을 단독 선두로 마친 끝에 공동 6위를 했다. 개인 메이저 최고 성적이다.
김시우가 경기 후 아들 태오군을 안고 있다. 성호준 기자
지난달 미국 메디나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는 인터내셔널팀 포인트 1위로 출전해 3승 2패를 기록했다. 김시우는 “프레지던츠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 자신감이 올라갔다”고 했다.
우정힐스는 김시우와 인연이 깊다. 14세이던 2009년 처음 출전한 프로 대회가 이곳에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이다. 김시우는 “티샷을 똑바로 치고 아이언을 잘 쳐야 하는 코스”라고 했다. 정교한 드라이버와 아이언은 김시우가 가장 잘하는 것이다. 열네 살 때 처음 프로 무대를 밟은 코스에서, 서른한 살 김시우가 한국 팬 앞에서 첫 트로피를 들어 올릴지 주목된다.
새 도전도 시작한다. 김시우는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가 만든 스크린골프 리그 TGL에 다음 시즌부터 출전한다. 디트로이트를 연고로 한 신생팀 모터시티에서 브룩스 켑카, 제이크 냅 등과 한 팀이 된다. 프레지던츠컵 싱글 매치에서 대결한 잭슨 코이번도 팀 동료다. 김시우는 “TGL을 해보고 싶었는데 신생팀이 생기면서 기회가 왔다”고 했다.
연고지 얘기가 나오자 김시우는 “디트로이트에 갈 때는 여권을 꼭 챙기겠다”며 웃었다. 사연이 있다. 지난여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PGA 투어 로켓 클래식 기간에 김시우는 재미교포 마이클 김과 한식당 '대박'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이 인근 사우스필드의 식당이 아니라 디트로이트강 건너 캐나다 윈저의 '대박집'으로 길을 안내했다.
터널 통행료 9달러가 찍히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느꼈을 땐 이미 유턴할 수 없는 일방통행로였다. 여권 없이 국경을 넘은 김시우의 차에 캐나다 국경순찰대원 8명이 몰려와 수색까지 했다. 한 대원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거냐”고 묻자 김시우는 “당신들이 나를 무사히 보내준다면 그렇다”고 답했다.
이 일은 마이클 김이 소셜미디어에 “시우와 함께하면 지루할 틈이 없다”고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그러자 윈저와 디트로이트를 잇는 터널의 관리 당국은 입구 전광판에 “김시우 무료 통행(FREE TOLL FOR SI WOO KIM)”이라는 문구를 띄웠다. 당국은 “김시우 선수가 다시 이 터널로 드라이브하러 와준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이제 디트로이트는 김시우의 TGL 연고지다. 다음 시즌에는 여권뿐 아니라 무료 통행권도 챙겨 갈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