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국 내 생산에 나선 외국 기업을 거론하며 “미국을 이용하려 든다면 관세를 50%까지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통해 유도한 대로 미국에 공장을 짓더라도 추가적 관세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뜻으로, 그간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쇠락한 원인으로 한국 등에 의한 시장 잠식을 또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포트휴런의 맥모런 플레이스 스포츠·엔터테인먼트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래리 커들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들이 우리의 자동차 산업을 훔쳐 갔다. 1950~60년대에는 우리가 자동차 산업을 100% 독점하고 있었지만 서서히 산업의 58%가 일본, 한국, 중국 등으로 빠져나갔다”며 “그들은 다시 돌아오고 있다. 왜냐하면 25%의 관세를 내기 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나는 (관세를) 낮게 유지해왔다. 만약에 그들이 돌아와서 우리를 이용해 먹으려 한다면(take advantage of us), 나는 이를 50%로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맥락상 트럼프가 언급한 ‘그들’은 미국으로 자동차 생산시설을 옮겨온 한국, 일본 등의 기업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높은 관세 부과를 통한 외국 기업의 미국 내 생산 유도를 경제적 성과로 부각해 왔는데, 구체적인 새 관세 정책을 예고하기보다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는 “내가 15개월 만에 22조 2000억 달러를 미국으로 끌어왔다. 중국을 훌쩍 따돌렸고, 중국을 포함해 온 세상이 우리를 부러워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트럼프의 즉흥성을 고려하면 이는 동시에 자신의 생산 현지화 기조에 부응한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운영 방식 등에 따라 추가로 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힐 여지도 있다.
트럼프는 미국을 이용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가 리쇼어링의 효과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해온 만큼 현지 인력 고용 수준이나 미국산 부품 사용률 등에서 특정한 기준을 설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가 대미 무역수지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점을 고려할 때 수출입 균형을 염두에 둔 발언일 수도 있다.
트럼프는 이날 미시간주 포트휴런 유세에 앞서 현지 방송 FOX 2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와의 관세협상이 “수개월 걸릴 수도 있지만 선거 전에 해결될 수도 있다”며 관세 압박과 합의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뒀다. 미시간은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전쟁과 긴밀하게 얽힌 자동차 공급망으로 직격탄을 맞은 지역이다. 압둘 엘사예드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마이크 로저스 공화당 후보조차 트럼프 행정부의 캐나다산 자동차 관세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란과 관련해 “이제 내게 남은 질문은 하나다. ‘합의를 해줄 것인가, 아니면 그들을 끝장내버릴 것인가’ 하는 것이 유일한 질문”이라며 “그들은 이 정도로 호되게 타격을 받은 적이 없다. 호르무즈해협도 우리가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협을 통한 원유 교역량은 전쟁이 나기 전보다 지금 더 많다”고 주장했다. “끝장내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라며 “결단의 시간(decision time)”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느냐는 질문에 “말해주지 않겠지만, 오늘은 공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중간선거 전에는 이란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대이란 군사작전 재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이란 역시 유조선 공격 등을 통해 중간선거 전 유가가 내려갈 요인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트럼프에게 패배를 안기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 중간선거(11월 3일)와 이스라엘 총선(10월 27일)을 앞두고 긴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NYT의 외교안보 전문기자인 데이비드 생어 등은 정치 일정과 암살 첩보, 상호 공격에 대한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작은 사건 하나가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국가들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과정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총선 패배 시 후임자가 주저할 수 있는 마지막 일격(one last strike)을 명령할 수 있고, 트럼프 역시 중간선거를 앞두고 군 통수권자로서 변함없는 위상을 과시하고 싶어 할 수 있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NYT는 또 미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또다른 대규모 공격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대이란 작전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가 최근 에너지 기반시설 등 이란 경제의 핵심 시설을 포함한 확대된 폭격 목표 목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이란이 미 당국자들을 공격하려는 계획이 단순 구상에서 실행 단계로 이동하는 진전된(advanced)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게 미 정보당국의 판단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여기에는 중동 주재 미국 대사 암살 가능성, 미 영토 내에서의 미 당국자 공격 가능성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