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9월 27일(현지시간) 태국의 한 어부가 건져 올린 30㎏ 무게의 용연향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처
미국 플로리다주 해변에서 녹은 플라스틱으로 착각해 주운 하얀 덩어리가 향수 원료로 귀하게 쓰이는 용연향(龍涎香)으로 밝혀졌다. 이른바 ‘떠다니는 금’이라 불리는 용연향은 수컷 향유고래의 토사물로 고급 향수에 사용되는 고가의 재료다. 품질과 숙성 상태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지만 1온스(약 28g)당 1000만원이 넘기도 하는 귀한 향수 원료다.
영국 데일리메일의 2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틴 마빈은 산책하던 중이던 플로리다주 멜버른 해변에서 모래에 묻힌 흰색과 황금색이 섞인 덩어리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해변에 흔히 밀려오는 녹은 플라스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져보니 예상과 다른 감촉이 느껴졌다. 그는 “물체가 매우 가볍고 밀랍처럼 매끄러웠다”며 향수 제조업자들이 귀하게 여기는 용연향일 가능성을 의심해 당국에 신고했다.
혹등고래 사진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수중사진가 장남원씨가 지난 2024년 4월 4일(현지시간) 마다가스카르 공화국에서 동쪽으로 900㎞ 떨어진 모리셔스 인근 바다에서 촬영한 향유고래. 수중사진가 장남원
용연향은 향유고래의 소화기관에서 형성되는 물질로, 배설되거나 구토를 통해 몸 밖으로 나올 수 있다.
향유고래는 ‘모비딕’의 실제 모델이다. 성체 수컷의 평균 크기가 길이 16m, 무게 45톤으로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이빨 가진 동물 중 가장 크다. ‘향유’라는 이름은 몸길이의 1/3을 차지하는 머리 부분에 있는 기름(경뇌유, spermaceti)에서 유래했는데, 이와 함께 내장 안에 있는 용연향 때문에 과거 포경선의 표적이 됐다. 최근 줄여 '향고래'라고 부른다.
용연향은 바다에 떠다니며 오랜 시간 숙성되는 과정에서 특유의 향을 띠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이 물질의 가치가 최대 1온스당 1만 달러(약 1324만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같은 무게의 금이 4000달러(약 530만원) 안팎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해 금보다 2배 이상 비싼 셈이다.
용연향은 한때 고급 향수에 사용되는 천연 향료로 주목받았다. 샤넬 넘버 5 등 유명 향수와도 관련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희소성과 비용 등의 이유로 합성 대체 물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용연향을 보호 대상 해양 포유류의 일부분으로 규정하여 줍거나 보관·판매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2024년 처음 용연향을 구했던 마빈은 같은 해 한 번 더 발견한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