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압둘 엘사예드 미시간주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를 9·11 테러범에 빗대며 그가 당선될 경우 의사당에 들어가려면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3일 치러지는 중간선거의 최대 화두는 가계 생활비 상승인데, 트럼프는 여전히 이념 구도를 밀어붙여 승부를 보려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포트휴런의 맥모런 플레이스 스포츠·엔터테인먼트센터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청중을 가리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간) 미시간 포트휴런에서 열린 공화당 지원 유세에서 “나는 지하디스트이자 무슬림형제단원인 사람이 미국 상원의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25년이 지난 지금 미시간은 토드가 그랬던 것처럼 일어나 싸워서 지하디스트가 의사당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드’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납치된 유나이티드항공 93편에서 다른 승객들과 함께 테러범에게 저항한 미시간 출신 토드 비머를 뜻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테러범들은 미 의사당을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추정됐는데, 해당 여객기는 승객들의 저항 끝에 펜실베이니아주에 추락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9·11 테러범을 막은 일과 엘사예드의 당선을 저지하는 걸 동일 선상에 둔 것이다. 트럼프는 당선 시 최초의 무슬림 상원의원이 되는 엘사예드에 대해 “엘사예드가 당선되면 상원에 들어가도록 허용되기 전에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할 유일한 상원의원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비머의 부모를 무대로 불러내기도 했다. 비머의 아버지 데이비드는 엘사예드와 그를 지지하는 미국민주사회주의자들(DSA)을 겨냥해 “적은 바로 우리 가운데 있다”고 말했다. 청중은 비머가 납치범들에게 맞서기 직전 남긴 말로 보도된 “렛츠 롤(Let’s roll, 자 해보자)”을 연호했다.
트럼프는 엘사예드를 ‘지하디스트’라고 부르는 데는 근거가 있다며 엘사예드의 친모가 오사마 빈라덴과 알카에다에 자금을 제공한 단체에서 일했다고 주장했다.
미시간 공영 라디오에 따르면 엘사예드의 친모 파텐 엘코미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미국 이슬람구호기구(IARA-USA)가 운영한 케냐 고아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고, 이 단체는 이후 제재 대상인 이라크에 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하고 해산했다. 하지만 엘코미가 해당 혐의로 기소됐다는 기록이나 이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이며 “미국이 공산국가가 되도록 두지 않겠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엘사예드는 트럼프가 가장 빈번하게 표적으로 삼은 정치인 중 하나다. 최근 들어서는 그의 이름을 계속해서 “모하메드”로 부르며 빈정거리기도 했다. 엘사예드의 이름은 ‘압둘라흐만 모하메드 엘사예드’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날 엘사예드 지원 유세에 나서 “그들은 거짓말과 공포, 분열을 이용할 것이다. 심지어 여러분의 이름이나 신앙을 끌어들여 위험한 사람, 믿을 수 없는 사람, 자신들보다 덜 애국적이고 덜 미국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 자신을 케냐에서 태어났다고 몰아간 ‘버서(birther, 출생지 음모론)’와 이를 연결해 “우리는 이 영화를 전에 본 적이 있다. 내가 주연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수법은 미시간에서 내게 통하지 않았고, 압둘에게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후 트럼프가 엘사예드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여 9·11 테러범에까지 빗댄 건 오바마의 영향력을 의식한 맞대응일 수 있다.
다만 엘사예드와 선거 운동을 함께 한 좌파 스트리머 하산 파이커가 지난 2019년 인터넷 방송에서 “미국은 9·11을 당해도 쌌다”고 말한 건 공화당이 그를 공격하는 빌미로 작용하고 있다. 엘사예드는 지난 8월 민주당 경선 승리 행사에도 참석했다.
민주당 후보가 된 뒤 엘사예드는 파이커의 9·11 발언을 “멍청한 말”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와 절연하지 않아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를 샀다.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한 별도의 팩트체크에서 파이커의 발언을 엘사예드가 직접 한 것처럼 돌린 주장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정했다.
한편 중간선거를 앞두고 법무부가 경합지역 선거 절차에 잇따라 개입하면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3일 캘리포니아주 최소 18개 카운티에 비시민권자로 의심되는 약 2만 명과 연계된 우편투표 용지를 분리해 시민권이 확인될 때까지 개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 제출 자료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카운티가 명단 중 200명을 예비 조사한 결과 약 40%는 미국 태생이었고, 70% 이상은 투표 이력이 없었으며, 40% 이상은 이미 유권자 등록을 취소한 상태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제9연방항소법원 3인 재판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일요일에 심리를 열었다. 트럼프가 임명한 마크 베넷 판사는 “주정부에 선거 절차 결정 권한을 부여한 헌법 조항과 법무부의 요구가 양립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물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법무부는 알래스카에서도 공화당 소속 현역 댄 설리번 상원의원이 민주당 메리 펠톨라 후보에게 패할 경우 선거 결과 인증을 막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투표용지에 무소속 동명이인인 대니얼 J 설리번 주니어가 함께 올라 유권자들이 혼동할 수 있다는 이유다. 트럼프는 자신이 소송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은 이날 “주 선거를 장악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원이 유권자 혼동 때문에 승패가 갈렸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인증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비밀 투표에서 유권자가 혼동했는지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미 악시오스는 법무부가 통상 선거 전 60∼90일간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기소를 자제해온 관행을 깨면서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전통적 안전장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