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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막히고 양산 흔들리고…'사법 손'에 달린 혼돈의 K방산

중앙일보

2026.10.26 00:38 2026.10.2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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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KF-21 전투기가 지난 1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 활주로에서 열린 건군 제78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공중분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공군 KF-21 전투기가 지난 1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 활주로에서 열린 건군 제78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공중분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입찰 참가 제한에 방산업체 지정 취소 검토까지.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잇단 제재에 회사가 소송으로 맞서면서 1조9000억원 규모의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사업의 행방이 법원 판단에 달리게 됐다.

2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 20일 방위사업계약심의위원회를 열어 LIG D&A의 입찰 참가 자격을 2년간 제한하기로 했다. 소속 임원이 방사청 직원에게 수억원대 금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데 따른 조치로, 효력은 29일부터다. 방사청은 최근 산업통상부에 소형 무인기 대응체계 사업의 방산업체 지정 취소 검토까지 요청했다. 업체 지정까지 취소되면 1223억원 규모 양산 수의계약도 맺을 수 없게 된다.

당장 발등의 불은 KF-21 전투기에 탑재할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사업이다.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 주관으로 2033년까지 개발에 7535억원, 후속 양산에 1조1471억원이 투입된다. 계약 당사자는 국과연이지만, 업체 제재는 방사청이 결정하는 구조다. LIG D&A는 이달 2일 체계종합 우선협상대상자로 통보받고 오는 12월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방사청이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자, LIG D&A는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집행정지 여부는 통상 1~2주 안에 결정된다.

법원이 신청을 기각하면 LIG D&A에 대한 제재 효력은 유지되고, 회사는 향후 본안 소송에서 다퉈야 한다. 이 경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는 체계종합 2순위로 알려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넘어가게 된다. 반대로 법원이 신청을 인용하면 LIG D&A에 대한 제재 효력은 즉시 정지된다. 국과연은 이 경우 최종 계약 체결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보고,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미 입찰 제한이 결정된 업체와 계약을 맺는 셈이어서 업체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일각에선 이례적인 제재라는 반응도 나온다. 1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기소만을 근거로 최고 수위 제재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은 업체 소속 직원들의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온 이후에야 제재 심의가 열렸다. 당시엔 경영진 개입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행정지도 처분에 그쳤다. LIG D&A 측은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소 내용을 근거로 행정 제재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방사청은 규정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이다. 방사청 군수품조달관리규정은 뇌물 제공 사건의 경우 검찰이 기소해 증거 자료가 확보된 시점에선 제재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방사청 제재가 국산 전력화 계획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2순위로 알려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 6월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망 사고로 중대재해 수사를 받고 있다. 아직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방사청은 수사 결과에 따라 심의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용철 방사청장은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LIG D&A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두 업체 모두 입찰참가제한 제재를 받으면 정부 사업이 미뤄지거나 해외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비리는 엄정하고 공정하게 제재해야 하지만, 하나의 사건을 이유로 부정행위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은 다른 사업까지 영향을 미치면 전력화 공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제재와 전력화 공백 최소화를 어떻게 같이 가져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상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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