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20원대 초반까지 내려왔다(원화 가치는 상승).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원화 가치를 나타내는 명목실효환율 지수는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달러가 대규모로 풀린 영향이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원 내린 1323.1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은 지난 16일부터 5거래일 연속으로 연간 최저 기록을 깨며 지난 22일 1321.2원까지 내려앉았다. 2024년 10월 2일(1317.1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명목실효환율 지수도 상승하며 원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명목실효환율은 주요 교역국 상대국과의 무역 비중을 반영해 산출한 통화 가치다. 지수가 높아질수록 다른 통화 대비 강세란 의미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화 명목실효환율은 지난 20일 기준 94.83(2020년=100)으로 2024년 10월 9일(94.91) 이후 가장 높다. 교역 상대국과의 물가 차이까지 반영한 원화 실질실효환율 역시 9월 기준 92.73으로 전월보다 3.2% 올랐다.
김경진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원화의 상대 가치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진 못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0.83포인트(1.46%포인트) 내린 5469.47에 거래를 마쳐, 지난 4월 6일(5450.33)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고, 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이 외환시장에 꾸준히 유입된 것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수출액은 616억1200만 달러다. 전년 대비 105.4% 늘어 10월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달러’가 이끄는 원화 강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실효환율지수가 아직 기준선(100)을 밑도는 점을 들어 “실효환율 관점에서는 원화가 여전히 저평가”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선 명목 실효환율이 100선으로 올라서기 위해선 월평균 환율이 1230~1250원 수준이 돼야 한다고 진단한다. 전날까지 4분기(10~12월) 누적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37.8원으로, 환율이 아직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은 반도체 호황의 지속 여부가 향후 환율 움직임을 가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동 사태도 변수다. 이란 공습이 재개돼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 원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간선거를 둘러싼 경계감, 지정학적 리스크, Fed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 대외여건 전개 상황에 따라 1380~1390원 내외까지는 쉽게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