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 유예를 시사하면서도, 가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부담 사이에서 고심하는 딜레마로 풀이된다.
하지만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글로벌 경제 블록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가입을 미뤘다간 교역 확대의 기회비용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8년 말 출범한 CPTPP는 일본·멕시코·호주·베트남·말레이시아·칠레 등 12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한다.
한국과 CPTPP 회원국의 교역액은 한국 전체 교역의 25%를 차지한다. 1·2위 교역 상대인 중국·미국보다 규모가 크다. 특히 회원국이면서도 아직 한국과 FTA를 맺지 않은 멕시코는 미국의 관세장벽을 우회할 통로로 꼽힌다.
특히 개방 수준이 높은 CPTPP는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제 기능을 잃은 공백을 메울 대표적인 ‘메가 FTA’로 꼽힌다. 대서양 국가인 영국이 가입을 완료하고, 중국이 한국보다 먼저 가입 신청서를 낸 배경이다.
가입 지연에 따른 타격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CPTPP 발효 전(2012~2018년)과 발효 후(2021~2024년)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 전체 수출품 5185개 중 47.7%(2474개)의 회원국 내 경쟁력 지표가 하락했다. 특히 조선과 자동차 산업의 타격이 컸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미·중 편중에서 탈피하기 위해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우려는 농심(農心)의 반발이다. 정부의 분석에 따르면 CPTPP 발효 10년 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미가입 시보다 0.38%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제조업 생산파급효과는 발효 후 15년간 연평균 6조3000억~6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농림수산업은 같은 기간 연평균 약 8500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농업이 71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수산업 817억원, 임업 606억원 등이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최대한 이견을 좁히고 보완 방법을 충분히 생각해보겠다”며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영역들이 타격을 받거나 위축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