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한국에 거주하면서 미국에도 투자용 부동산과 일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한국과 미국 양국의 상속세가 걱정돼 달러 자산을 활용한 상속 플랜을 알아보고 있다. 과거에는 홍콩이나 스위스를 통해 해외 고액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자산가들이 많았다고 들었다. 지금은 한국에 거주하면서도 미국의 고액 생명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답= 글로벌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들에게 상속은 단순히 재산을 얼마나 남기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나라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어떤 통화로 물려줄 것인지, 상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약 10여 년 전 한국의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홍콩이나 스위스계 금융사를 통한 거액의 해외 생명보험이 주목받기도 했다. 달러 자산을 확보하고 다음 세대로 부를 이전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자금 출처 증빙과 외국환거래 규정, 국가 간 세법 차이 등으로 실제 실행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생명보험 시장에서도 해외 거주자를 위한 별도의 가입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포린 내셔널(Foreign National) 생명보험 전략이다.
포린 내셔널은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더라도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해외 거주자가 미국 생명보험사의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한국에 거주하더라도 미국에 투자용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등 미국과의 실질적인 연관성(Substantial Contact)을 입증할 수 있다면 가입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일부 미국 생명보험사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해외 자산가들에게 1,000만 달러 이상의 고액 생명보험도 제공한다. 물론 모든 한국 거주자가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별로 허용하는 거주 국가와 미국 내 자산 규모, 방문 요건, 재정 상태, 건강 상태 등에 따라 가입 가능 여부와 보장 금액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한국에 거주하는 자산가들이 미국의 고액 생명보험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달러 기반의 자산 분산이다. 원화 자산에 집중된 재산 일부를 달러 기반으로 준비하면 통화와 국가별 자산 편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현금가치가 축적되는 생명보험 상품은 장기적인 자산관리와 상속 계획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둘째는 상속세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다. 미국에 부동산이나 사업체를 보유한 해외 자산가는 사망 시 미국 상속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부동산을 급하게 처분하지 않고도 세금이나 상속 관련 비용을 마련할 수 있도록 생명보험의 사망보험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셋째는 세금 구조를 고려한 자산 이전이다. 미국 생명보험의 사망보험금은 일반적으로 미국 연방 소득세 측면에서 유리한 취급을 받을 수 있으며, 보험의 현금가치 역시 상품과 계약 조건에 따라 세제 혜택을 활용할 여지가 있다.
다만 미국에서 세금 혜택을 받는다고 해서 한국에서도 자동으로 비과세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자와 피보험자, 수익자의 관계 및 양국의 세법에 따라 실제 과세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보험 가입 자체보다 처음부터 어떤 구조로 설계하느냐다. 고액 보험일수록 보험료의 자금 출처와 해외 송금 절차, 계약 소유 구조, 상속 및 증여세 문제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보험 전문가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한국과 미국의 세무·법률 전문가와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로벌 자산의 대물림은 단순히 많은 재산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국경을 넘어 자산을 보유한 가족이라면 다음 세대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미국에 부동산이나 사업체를 보유한 한국의 자산가 또는 한국과 미국 양국에 가족과 재산이 나뉘어 있는 경우라면 기존 자산 구조를 점검하고, 포린 내셔널 생명보험을 활용한 달러 기반 상속 전략이 적합한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복잡한 국제 상속일수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