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대량 책 매입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AI 기업에 학습 데이터를 공급하는 미국 기업이 최근 한국에서 도서를 대량 매입할 인력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링크드인에 따르면 미국 기업 이노데이터(Innodata)는 4개월 전에 ‘학술서 조달·물류 책임자’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올렸다. 채용 지역은 ‘한국’을 명시했다. 자격요건으로는 ‘중고도서, 학술출판, 도서관 수서 또는 도서유통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 ‘여러 국가에서 학술도서를 대량으로 조달한 검증된 실적’ ‘대학, 도서관, 도매업체, 유통업체 및 중고도서 거래 플랫폼과의 탄탄한 네트워크’ 등을 적었다. 링크드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전체 지원자는 19명이다. 어떤 사람이 채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이노데이터는
기업설명회(IR) 자료 등에서 스스로를 글로벌 데이터 엔지니어링 회사로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공급하는 사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채용 공고를 고려했을 때 세계에서 책을 사들여 스캔한 뒤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로 변환해 AI 기업에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술서는 AI 기업들이 최우선으로 선호하는 데이터다.
이노데이터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상으로도 비슷한 채용 공고를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올렸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아태 지역
공고는 초기 목표를 ‘중고 학술서 10만~20만권 이상 확보’로 제시했다. 대학과 도서관, 재고처분업체 등에서 책을 확보해 지정 국가로 수출하는 업무다. 과학·의학·법률·기술 분야의 중고책 조달 경험도 우대했다.
일본 도쿄의 대표적 헌책방 거리인 진보초의 한 서점. 유성운 특파원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은 2024년부터 대량으로 종이책을 구매해 스캔한 뒤 책은 폐기하고, 스캔 데이터는 AI에 학습시키는 ‘파나마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미국 법원은 지난해 6월 이 파나마 프로젝트를 불법이 아닌 ‘공정이용’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AI 학습을 위한 도서 조달이 산업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출범한 스타트업 래스트 토큰(Last Token)은
홈페이지에서 ‘대량 책 스캔’ ‘책과 웹에서 댜앙한 언어의 텍스트 수집’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적었다. 한 달에 최대 40만 권의 책을 스캔할 수 있다고도 홍보했다. 이 회사의 대표는 링크드인에
채용 소식을 전하며 책을 스캔한 뒤 파기한다고 설명하면서 이를 ‘합법적’이라고 했다. 링크드인에는 글로벌 인력 회사가 책을 절단해 산업용 스캐너로 디지털화하는 계약직 인력을 채용한다는 공고도 게시됐다.
한편, 앤트로픽에 122t(톤)의 책을 수출한 일본출판판매(닛판·日販)은 일본 사회의 비판에 내부에 거래윤리심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닛케이신문이 지난 23일
보도했다. 한국도 앤트로픽에 책을 수출한 웅진북센이 지난 21일 “도서 수출 관리 및 검토 절차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문을 출판 단체들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