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서울 강남구 GTX-A 삼성역 공사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주철근이 누락된 채 시공된 기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의 삼성역 ‘무정차 통과’가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3공구의 삼성역 지하 5층 기둥 80개에서 지난해 11월 일부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시는 기둥에 강판을 덧대고 그 사이를 에폭시로 채우는 보강방안을 마련해 올해 4월 GTX-A 삼성역 공사 위탁기관인 국가철도공단과 국토교통부에 각각 전달했다. 당초 5~7월 보강공사를 마치고 8월부터 열차를 삼성역에 정차시키지 않고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현재 분리 운행 중인 파주 운정중앙역~서울역(32.4㎞)과 수서역~화성 동탄역(32.7㎞) 구간을 연결할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지난 5월 보강공법의 적정성 검토에 착수하면서 일정이 틀어졌다. 현재 진행 중인 검토 용역 결과는 12월 나올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는 보강공법의 적정성과 구조 안전성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며 조속한 공사 착수를 촉구하고 있다. 강판·에폭시 공법이 국토안전관리원의 ‘내진 보강’ 매뉴얼에 소개돼 있고, 실제 공항철도 공덕역 기둥 162개에 적용된 사례가 있다면서다. 지난달 나온 긴급 정밀안전진단 중간 결과에서 3공구 구조물의 상태와 안전성 모두 ‘A등급’을 받았다. 국토부 등이 실시한 긴급안전점검에서도 구조 안전성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또한 한국콘크리트학회가 지난 7월 측정한 열차 운행 진동은 0.049㎝/s로 관리기준(0.3㎝/s)의 약 6분의 1 수준이었다. 시는 시험열차 운행과 보강공사를 병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문제는 보강이 늦어질수록 공사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상부 구조물 공사가 진행되면서 기둥에 가해지는 하중이 늘어나 같은 두께의 강판으로 얻을 수 있는 보강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조기에 보강하면 당초 설계강도의 123%를 확보할 수 있지만, 보강이 늦어지면 10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경우 국토부가 제시한 보강효율 120% 수준을 확보하려면 강판을 더 두껍게 해야 한다. 삼성역 상층부인 3공구 지하 2층 공사가 완료된 이후에는 당초 계획한 22㎜ 대신 최대 58㎜ 두께의 강판이 필요하다. 강판이 두꺼워지면 그만큼 무게가 늘고 용접 등 설치 작업도 까다로워진다. 서울시 영동대로복합개발추진단 관계자는 “늦게 보강해도 당초 설계강도 이상은 확보할 수 있다”면서도 “강판이 지나치게 두꺼워지면 지하 5층으로 반입하거나 설치하기 어려워져 보강공사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정차 통과를 기다려온 시민들의 불만도 나온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안모(48)씨는 “연신내역에서 판교 영업장 인근 성남역까지 20분가량이면 갈 수 있는데 지금은 1시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반면 국토부는 시민 안전을 위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시공·감리업체를 관리하는 서울시에서 제시한 공법을 그냥 받아들일 순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12월로 예정된 용역 결과를 토대로 보강공법을 결정할 계획인데, 보강공사를 마친 뒤 무정차 통과를 허용할 경우 운행 시점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된다. 홍 장관은 “시민의 안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조속히 개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손실보전금 책임을 둘러싼 갈등도 얽혀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삼성역 개통 지연에 따른 운영 손실보전금 1468억원을 GTX-A 민간사업자에 지급했다. 이 중 철근 누락이 확인된 지난해 11월 이후 지급액은 750억원이다. 국토부는 서울시의 시공관리 부실을 이유로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철근 누락에 따른 시공·관리 책임과 당초 8월로 예정됐던 무정차 통과가 지연된 책임은 구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