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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에 한 번 주사로 ‘득모’…탈모인 꿈은 이루어진다?

중앙일보

2026.10.26 13:00 2026.10.2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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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인들의 오랜 꿈인 ‘득모(得毛)’가 현실이 될까?

글로벌 제약업계가 ‘위고비’로 대표되는 비만치료제 다음 타자로 새 탈모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머리카락을 지키는 것을 넘어 모낭을 되살리고, 먹거나 바르던 기존 탈모약의 공식을 깨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바이오기업 베라더믹스는 최근 먹는 탈모약 후보인 ‘VDPHL01’의 임상 3상에서 발모 효과를 확인했다. 남성형 탈모 환자 536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시험한 결과 하루 두 번 복용한 환자의 85%, 1회 복용 환자의 78.8%가 머리숱이 조금이라도 개선됐다고 답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실제 모발 수는 1일 2회 복용군에서 두피 1㎠당 평균 36.4개 늘어 가짜 약 복용군(6.6개)을 웃돌았다. VDPHL01은 탈모 치료 성분인 미녹시딜을 젤 형태의 그물망 구조에 담아 몸속에서 천천히 방출되도록 설계한 약이다. 리드 월드먼 베라더믹스 최고경영자(CEO)는 “임상과 허가가 순조롭다면 2~3년 안에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일랜드 제약사 코스모파마슈티컬스 역시 하루 두 번 바르는 탈모 신약 ‘브리줄라’의 임상 3상에서 모발 수 증가 효과를 확인했다. 내년 1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발모 신약’과 ‘투약 편의성’ 개선에 도전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바르는 신약 ‘JW0061’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탈모의 원인인 남성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는 기존 약과 다르게 모낭 줄기세포에 직접 성장 신호를 보내 머리카락이 자라도록 유도한다. 사람 피부를 본뜬 오가노이드 실험에서는 5일째 모낭 수가 기존 치료제보다 7.2배 많았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올릭스의 ‘OLX104C’는 남성호르몬이 모낭 세포에 작용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 생성을 억제한다. 지난 8일 뉴질랜드에서 약 134명을 대상으로 발모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 2a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내년 2a상을 마치는 게 목표다.

투약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경쟁도 활발하다. 종근당은 기존의 먹는 탈모약 성분인 두타스테리드를 3개월에 한 번 맞는 주사제로 바꾼 ‘CKD-843’을 개발 중이다. 국내 임상 3상 단계로 위더스제약과 10년간 최대 400억원 규모의 생산 계약을 맺었다. 위더스제약은 2028년 하반기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을 보유한 인벤티지랩은 대웅제약과 함께 매일 먹는 피나스테리드를 한 달에 한 번 맞는 주사제로 바꾼 ‘IVL3001’을 개발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탈모 특성상 투약 부담을 줄이는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유전성 탈모를 겪는 사람은 남성 5000만 명, 여성 3000만 명을 합쳐 총 8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엄청난 수요에도 불구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새 탈모 치료제를 한 건도 승인하지 않았다. 생존과 직결된 질환이 아니라는 이유로 건강보험이 보장되지 않는 ‘비급여’ 시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폭발적인 시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새 탈모 치료제가 나오면, 30년 전 승인받은 탈모약을 꾸준히 자비로 구매해 온 소비자층이 고스란히 신약으로 넘어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베라더믹스 주가 추이

베라더믹스 주가 추이


이러한 기대감은 관련 기업의 주가 급등과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 지난 2월 공모가 17달러로 뉴욕증시에 상장한 베라더믹스의 지난 23일 종가는 138.78달러로, 반년 만에 700% 넘게 폭등했다.

제약·바이오 산업과는 무관해 보이는 ‘큰손’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벤처캐피털 GV는 탈모약 개발사 펠라지의 1억2000만 달러 투자를 주도했고, 반도체 기업 AMD는 탈모 항체치료제 개발사 앱사이에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세계 최대 뷰티 기업 로레알은 올릭스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고, 비만약 ‘위고비’ 개발사인 노보 노디스크 역시 탈모 시장 진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베라더믹스 같은 기업이 후기 임상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비만약 열풍 초기만큼 성숙한 단계는 아니다”라며 “이들 신약 개발 기업이 대형 제약사에 인수된다면 탈모 시장이 본격적으로 폭발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은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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