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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 복사’라는 ‘일본 우영우’…전설의 그 장면은 달랐다 [송원섭의 와칭]

중앙일보

2026.10.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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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일본에서 리메이크한 '이상한 변호사 미나미'. 19일 넷플릭스를 통해 방송을 시작했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일본에서 리메이크한 '이상한 변호사 미나미'. 19일 넷플릭스를 통해 방송을 시작했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일본 리메이크 작품인 ‘이상한 변호사 미나미’가 지난 19일 일본 OTT 티버(TVer)와 넷플릭스를 통해 첫 회를 공개했습니다. 일본 제목은 ‘미나미 변호사는 천재형(南田南弁護士は天才肌)’입니다. 당초 원작의 일본 번역 제목이 ‘우영우 변호사는 천재형’이었기 때문에 이를 따른 것이며, 한국 넷플릭스에서는 다시 ‘이상한 변호사 미나미’라는 한국어 제목을 붙였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미나미’(이하 ‘미나미’)는 ‘미나미다 미나미’라는 주인공 이름에서부터 ‘우영우’의 느낌을 살리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미나미’ 자체가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같은 이름이지만, 성을 붙이고 한자로 읽어도 남전남(南田南), 역시 앞뒤가 똑같은 회문(좌우대칭) 구조입니다.

게다가 우영우의 친구인 ‘봄날의 햇살’ 최수연 변호사(하윤경)에겐 아사히 코하루(朝日小春)라는 일본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그대로 ‘봄날의 아침 햇살’이라는 뜻이죠. 아예 이게 본명이 되는 바람에 원작에서 큰 감동을 주었던 “너는 봄날의 햇살이야” 장면이 어떻게 처리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19일 공개된 ‘미나미’에서 일단 주인공 미나미 역을 맡은 아시다 마나는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외모에서도 상당 부분 박은빈과 닮았다는 평을 듣고 있고, 아역 출신(2010년 화제의 드라마 ‘마더’에서 학대받는 소녀 역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답게 연기력도 탄탄합니다. 우영우가 좋아하는 김밥을 오니기리로, 우영우가 무서워하는 회전문을 에스컬레이터로 바꾼 장면 등도 무난했습니다.

하지만 1회에서 우영우가 처음으로 사건을 맡아 예사롭지 않은 면모를 드러내는 장면, 많은 ‘우영우’ 팬들이 기억하는 ‘그 장면’에서 한국판과 일본판은 사뭇 다릅니다. 조금 자세히 보겠습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정명석 변호사(강기영, 오른쪽)은 우영우(박은빈)의 능력을 인정하고 도와주는 좋은 선배 역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사진 ENA 제공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정명석 변호사(강기영, 오른쪽)은 우영우(박은빈)의 능력을 인정하고 도와주는 좋은 선배 역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사진 EN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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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의 전설이 시작된 바로 그 장면

먼저 한국판. 선임 정명석 변호사(강기영)는 우영우에게 할머니가 남편을 다리미로 때려 살인미수로 기소된 사건을 맡기고, 집행유예가 나올 거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우영우는 정명석이 주목하지 않았던 허점을 지목하며 무죄 주장 의견을 제출하죠. 정명석은 우영우의 능력에 감탄하고, 이어 “이건 그냥 보통 변호사에게도 어려운 일인데”라고 했다가 아차 싶어 잠시 망설이다가, 방을 나가려는 우영우에게 사과합니다.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실례네.” 여기에 우영우는 담담하게 말하죠. “괜찮습니다. 저는 그냥 보통 변호사가 아니니까요.”

저뿐만 아니라많은 분이 이 장면을 보고 바로 ‘우영우’라는 드라마에 빠져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회사가 굳이 장애인 변호사를 고용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정명석은 아주 간단한 사건을 우영우에게 배정하죠. 이때 우영우가 이의를 제기하자 약간 짜증을 내지만, 우영우의 지적이 옳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고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합니다.

이때 정명석은 자신의 말이 ‘장애인이므로 보통 변호사보다 열등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립니다. 하지만 우영우는 이 말에 “저는 그냥 보통 변호사가 아니니까요”라고 대답하죠. ‘나는 보통 변호사들보다 훨씬 나은, 특별한 변호사야’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미나미'의 아시다 마나는 공개 전부터 박은빈의 닮은꼴로 화제를 모았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이상한 변호사 미나미'의 아시다 마나는 공개 전부터 박은빈의 닮은꼴로 화제를 모았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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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건조하게 느껴지는 일본판

이 장면은 우영우뿐만 아니라 정명석이 어떤 인물인지도 잘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신입 사원의 말에도 정확하게 귀를 기울이고 거기에 맞춰 편견을 즉시 수정하는 ‘선배’는 사실 흔치 않죠. 그래서 이 장면은 앞으로 이 사람이 우영우의 든든한 아군이 될 것을 예고하는 장면이고, 실제로 강기영이 연기한 정명석 변호사는 ‘좋은 선배’의 전형으로 불리며 폭넓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일본판 ‘미나미’ 첫 회에도 거의 똑같은 장면이 나오지만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일단 선배 변호사 역을 우영우의 아버지뻘인 50대 배우 야마구치 마키야가 연기합니다. 이 선배는 미나미가 자신의 지침에 반발하는 데 예민하게 반응하지도 않고,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에 그리 놀라지도 않습니다. 무미건조하고 차분하게 “이건 보통 변호사에게도 어려운 일인데”라고 말했다가 사과하고, 미나미는 “저는 보통 변호사가 아니니까요”라고 대답합니다.

한국판의 정명석에게서 느껴지는 깨달음과 후회, 사과의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미나미의 대답에서도 편견 따위 가볍게 넘어선다는 자신감이 전혀 보이지 않죠. 여주인공의 머리 모양까지 비슷해서 ‘리메이크가 아니라 복사’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대사가 거의 비슷해도 해석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다만 이것은 원작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시각이고, 일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전혀 다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사실 국경을 넘는 리메이크란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인기리에 방송 중입니다. 이 작품은 2012년부터 TV 아사히에서 방송된 ‘닥터 X - 외과의 다이몬 미치코’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에는 시즌7이 방송됐죠.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2014년 제가 JTBC에 있을 때 리메이크를 위해 TV 아사히에 판권 문의를 했다가 거절당한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일본 측 답변은 “우리는 더 많은 시즌을 제작할 생각이기 때문에 아직 해외 판매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비슷한 한국판이 나와 있으면 해외 판매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던 듯합니다.)
SBS '닥터X-하얀 마피아의 시대'에서 주인공 계수정 역을 맡은 김지원. 사진 SBS 제공

SBS '닥터X-하얀 마피아의 시대'에서 주인공 계수정 역을 맡은 김지원.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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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결이 다른 한국판 '닥터X'

한국판 ‘닥터X’는 김지원이 ‘절대 수술에서 실패하지 않는’ 신의 손길을 가진 외과의 계수정 역을 맡아 한국 의료계의 특권의식과 위선, 권력욕 등을 시원하게 파헤칩니다. 시청자의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통쾌함과 코믹함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단, 원작의 주인공과는 미묘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원작 ‘닥터X’의 다이몬 미치코(요네쿠라 료코)는 ‘수술 실력이 뛰어나고 식탐이 강렬하지만, 그 밖의 것에는 관심이 없는 인물’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특별히 환자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을 보이지도, 병원의 비리에 분노하지도 않죠. 수술 외에는 잘하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어서 세상물정에는 지독하게 어둡습니다.

일본 드라마 '닥터X-외과의 다이몬 미치코'의 주인공 요네쿠라 료코. 사진 TV아사히 제공

일본 드라마 '닥터X-외과의 다이몬 미치코'의 주인공 요네쿠라 료코. 사진 TV아사히 제공

하지만 한국판의 계수정은 한국 대학병원과 의사들의 파벌 의식 및 권위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며 일장연설로 ‘가르침을 내리는’ 경우가 잦습니다. 한마디로 ‘의식 있는 여성’의 모습이죠. 나쁘지는 않지만 한국 제작진은 원작의 다이몬 미치코와는 전혀 다른 주인공을 만들어냈습니다. 5~6회에서 5·18이 소재로 등장하는 것을 봐도 한국판 ‘닥터X’의 제작진은 일본 원작에 뭔가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의지가 강한 듯합니다.

드라마 원작을 가져와 새로 제작할 때, 과연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원작의 캐릭터를 그대로 유지하는 일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배경에 맞도록 원작의 캐릭터를 수정하는 것일까요? ‘닥터X’도 ‘우영우’도 아직 초반이지만, 아예 한국식으로 확 바꾼 ‘닥터X’와, 거의 똑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미나미’가 양국에서 거둘 최종 성적표는 과연 어떨지도 궁금합니다.




송원섭([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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