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청의 방대한 특허자료를 살펴보면 엉뚱하지만 기발하고 독특한 발명들이 적지 않다. 얼핏 보면 웃음을 자아내는 아이디어이지만, 그 속에는 일상생활의 작은 불편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발명가들의 관찰력과 집념이 숨어 있다.
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중의 하나가 ‘바나나 보호장치(Banana Protective Device, U.S. Patent 6,612,440)’이다. 가방 속에 넣어둔 바나나가 책이나 물병 등에 눌려 터지거나 짓눌리는 불편에서 착안한 듯한 이 발명은, 바나나를 전용 용기에 넣어 안전하게 보관하고 운반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단순히 플라스틱 용기에 바나나를 넣는 정도가 아니라, 두 개의 덮개와 내부 완충재, 잠금장치까지 갖추고 있다. 발명자는 특허 명세서에서 바나나를 손상 없이 “조심스럽게 보관하고 운반”하기 위한 장치라고 진지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특허는 2001년에 출원되어 2003년에 등록되었다.
반려견을 위한 발명도 흥미롭다. ‘Pet Umbrella (U.S. Patent 6,871,616)’는 우산과 개 목줄을 결합한 장치이다. 일반적인 우산과 달리 사람 대신 개가 우산 아래에 들어갈 수 있도록 우산의 방향을 뒤집고, 투명한 덮개 아래에 목줄을 연결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비 오는 날에도 산책을 거를 수 없는 반려견과 주인에게는 의외로 실용적인 발명일지도 모른다.
유명한 이색 특허 중 하나는 ‘그네 타는 방법(Method of Swinging on a Swing, U.S. Patent 6,368,227)’이다. 일반적인 앞뒤 방향의 그네 운동이 아니라, 그네의 양쪽 줄을 번갈아 잡아당겨 좌우 방향으로 흔들리는 방법을 발명으로 청구하였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해볼 법한 행동을 하나의 발명으로 특허화했다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이 특허는 미국 특허제도의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허들을 단순히 ‘황당한 특허’라고 웃어넘길 필요만은 없다. 특허제도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아이디어가 얼마나 거창하거나 복잡한가가 아니다. 그 아이디어가 새롭고 유용하며, 기존 기술로부터 쉽게 생각해낼 수 없는 것인지가 핵심이다. 즉, 첨단 기술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의 불편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한다면 충분히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발명 역시 처음에는 사소한 불편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가방 속에서 바나나가 뭉개지는 것, 비 오는 날 산책하는 개가 젖는 것, 그네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타보고 싶은 것처럼 평범한 일상 속 경험이 발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발명가와 평범한 사람의 차이는 어쩌면 거창한 천재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불편이나 호기심 앞에서 “이걸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라고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공학박사•특허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