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의 갈등은 세계 공통이지만, 학교 총격은 유독 미국의 고질병이다. 따돌림과 친구 관계에서의 갈등, 소외감을 경험하는 청소년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무엇이 국내 청소년들의 분노를 총기 난사라는 참사로 이어지게 만드는 걸까.
최근 남가주 코로나 지역에서 15세 여학생 2명이 고등학교 총기 난사를 모의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수개월간 과거 학교 총격 사건을 조사하고, 학교 지도와 살해 대상 명단까지 작성했다.
두 여학생은 범행에서 사용할 실제 총기를 확보하지 못했다. 범행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살의를 품었어도 총격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주목할 부분은 분노와 범행 동기만으로 총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총기에 대한 접근성은 그 의도가 실제 대량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다.
국내에서 학교 총격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에서는 가해자의 성장 과정이 도마 위에 오른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는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는지, 가족과의 관계는 어땠는지 등 수많은 분석이 쏟아진다. 모두 중요한 질문이다. 가해자의 감정과 배경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가장 현실적인 질문을 놓치기 쉽다. 그 학생은 총을 어디서 구했을까.
연방 법무부 산하 국립사법연구소(NIJ)가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총기 난사 가해자의 80% 이상은 가족에게서 총기를 훔쳐 범행에 사용했다. 실제로 버지니아주에서는 6세 초등학생이 집에 있던 어머니의 총기를 가져와 교사를 쏜 사건도 있었다. 청소년이 총포상에서 직접 총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아도 집 안에 보관된 총기에 접근할 수 있다면 규제의 빈틈은 남는다.
범죄학의 ‘일상활동이론(Routine Activity Theory)’은 범행 동기를 가진 사람과 적합한 타깃이 만나고, 이를 막을 유능한 감시자가 없을 때 범죄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학교는 청소년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이자 친구나 교사와의 갈등이 생겨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또 수백 명의 학생이 정해진 시간에 모이는 곳이다. 이런 환경에서 특정 대상을 향한 분노와 범행 의도, 총기 접근성이 맞물리면 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청소년이 겪는 갈등을 완전히 없앨 수도, 누가 극단적인 범행을 계획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도 없다. 정신건강 상담과 학교 내 갈등 해결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 모든 총격 사건을 막기는 어렵다. 순간적인 분노든 오랫동안 쌓인 복수심이든, 총기가 손에 들어가는 순간 개인의 위기는 여러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참사로 번질 수 있다.
학교가 본질적으로 위험한 장소라는 뜻은 아니다. 공격 의도를 가진 사람이 총기에 접근할 수 있다면 어떤 공간이든 치명적인 범죄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총기 소유는 헌법적 권리이자 자기방어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총기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첨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합법적인 총기 소유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과 미성년자가 집 안의 총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총기 소유의 권리를 인정하더라도 안전한 보관과 미성년자의 접근 차단은 소홀히 할 수 없다. 가정 내 총기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위험 신호가 확인된 사람이 무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는 학교 총격 예방의 출발점이다.
코로나 고등학교 사건에서는 다행히 총성이 울리지 않았다. 두 학생의 범행 계획이 사전에 적발됐고, 무엇보다 총기도 확보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분노와 복수심이 존재하더라도 총기에 접근하지 못하면 범행은 실행 단계에서 멈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 학교 총격의 비극은 분노하는 청소년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분노는 어디에나 있지만, 그 분노가 총기를 만나는 환경은 어디에나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