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풍전등화와 같았던 대한민국의 위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오금이 저린다. 미국과 유엔 참전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폐허 위에 다시 일어선 대한민국은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 기적의 역사에는 국민의 피땀과 불굴의 의지가 있었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국군 장병과 유엔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미동맹이 있었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외교문서가 아니다. 피로 맺은 약속이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생존을 지켜 온 안보의 버팀목이다.
그런데 요즘 한미관계를 둘러싼 논란들을 지켜보면서 참전용사의 가슴에는 깊은 우려가 쌓인다. 동맹은 구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상호 신뢰와 투명한 정보 공유, 일관된 정책, 그리고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특히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여전한 상황에서 한미 간 정보 협력에 조금이라도 틈이 생긴다면 이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정보는 안보의 눈이며, 동맹 간 정보 공유는 공동 방위의 생명선이다.
최근 비무장지대에서 지뢰 폭발로 우리 장병들이 부상한 사건은 국민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한국 국방 당국과 유엔군사령부는 이 사건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부는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부상 장병들을 끝까지 책임지며, 재발 방지와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모호한 말이 아니라 분명한 원칙과 책임 있는 행동이다.
외교는 국익을 위한 것이고, 안보는 국민의 생명을 위한 것이다. 어느 쪽도 정치적 계산이나 분위기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동맹은 무조건적인 의존도, 일방적인 요구도 아니다. 서로의 책임을 다하고 약속을 지킬 때 더욱 굳건해지는 공동의 약속이다.
나는 학도병으로 전쟁의 참화를 겪었다. 그때 우리가 지키려 했던 것은 단순한 땅덩어리가 아니었다. 부모와 형제의 삶, 후손들이 누릴 자유,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였다. 그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가 돌아오지 못했다. 그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의 안보가 흔들린다면, 먼저 떠난 전우들 앞에 무슨 얼굴로 설 수 있겠는가.
정부와 정치권에 당부한다. 당파적 이해를 넘어 국가안보를 최우선에 두라. 한미 간 정보 협력을 굳건히 하고, 어떠한 위협에도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라. 국민에게는 안보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동맹의 신뢰를 해치는 불필요한 오해와 정쟁은 삼가야 한다.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 이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가장 절망적이던 순간에 자유를 위해 함께 싸운 역사가 담긴 약속이다. 한미동맹에 작은 균열도 생기지 않도록 지키는 일은 과거의 희생에 대한 보답이며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다. 전쟁을 겪은 노병의 마지막 당부는 분명하다. “피로 맺은 혈맹, 가볍게 여기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