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전: 대추 한 말 3냥, 밤 한 말 2냥 8전(菓子廛 棗 1斗 3兩 栗 1斗 2兩 8錢).’ 1883년 12월 20일자 한성순보. ‘과자전’ 품목으로 대추와 밤이 제시돼 있다. 과자가 과실의 뜻으로도 쓰인 기록이다. 과자도 본래는 과실을 뜻하던 말이었다.
제사상엔 으레 과일이 올라갔는데, 항상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대용품이 필요했다. 그래서 쌀이나 밀가루로 과일 모양을 만들어 사용했다. 이후 모양은 변해 갔지만, 이름은 ‘과자’ 그대로 남았다. 의미는 확연히 갈라져 과자와 과일은 전혀 다른 말이 됐다.
‘과실’과 ‘과일’ 사이는 조금 애매하다. 그도 그럴 것이 ‘과일’은 ‘과실’이 음운변화를 일으켜 생긴 말이기 때문이다. ‘과실’은 ‘열매’를 뜻하는 글자들이 결합했는데, ‘과’도 ‘열매’고, ‘실’도 열매다. 표준국어대사전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 대개 수분이 많고 단맛 또는 신맛이 난다”고 풀이돼 있다. ‘과일’과 동의어로 처리해 놓았지만, 뜻이 겹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전의 예문 “과일로 화채를 만들다”에서 ‘과일’을 ‘과실’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쓰이는 맥락이 달라진 것이다. 일상의 언어에서 은행, 잣, 호두 같은 견과는 과일로도, 과실로도 안 불리지만 농업 분야에선 ‘과일’이 아니라 ‘과실’로 분류한다.
수박, 참외, 딸기, 토마토는 ‘과일’이다. ‘과실’로 부르는 일이 없다. 사과, 배, 포도, 감처럼 나무에서 나는 건 ‘과실’이면서 ‘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