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수형 기자]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허진호 감독이 약 한 달 만에 직접 입을 열었다.
27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해석 논란과 배우들을 향한 항의 시위 등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 9월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누적 관객 334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했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영화의 해석을 두고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은 영화에 대한 비판을 넘어 출연 배우들에게까지 번졌다.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는 일부 극우 단체의 규탄 시위가 벌어졌고, 출연 배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업체에도 항의가 이어졌다. 국정감사에서는 영화와 관련한 압수수색 필요성까지 거론됐다.
이에 영화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명세 감독은 "40년간 영화를 만들었는데 배우들 집 앞에서 시위하는 걸 보고 경악스러웠다"며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이어 이러한 상황이 창작자들을 위축시키고 투자마저 멀어지게 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논란의 여파는 영화제 현장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16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암살자들' 관계자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관객과의 대화 및 팬미팅 일정도 취소됐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그들이 왔더라면 화룡점정이었을 것"이라며 관계자들의 부재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진]OSEN DB.
이런 가운데 한 달 가까이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허진호 감독이 'PD수첩' 제작진 앞에 등장했다. 허 감독은 먼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육영수 여사가 돌아가셨을 때 제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며 "부모님뿐 아니라 누나들, 저도 굉장히 슬퍼했다"고 말했다. 당시 국민들이 슬픔에 잠겼던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후 관련 다큐멘터리를 접하면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밝혔다.허 감독은 "2005년 당시 나온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그것이 알고 싶다'를 봤다"며 "1974년도 수사 발표와 2005년에 나온 내용 사이의 간극이 굉장히 컸다"고 말했다.이어 "이건 영화로 다루고 싶은 매력적인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특히 허 감독은 당시 다큐멘터리에서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이 다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그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는 당시 경호관이나 감식계장, 심지어 문세광을 들여보내게 했던 관계자 등 많은 사람을 실제로 인터뷰했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1974년 수사 발표를 사실로 믿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후 제기된 의문 역시 영화로 다룰 가치가 있다고 봤다.그는 "2005년에 새롭게 제기된 내용들이 있었고, 주요 언론과 역사학자들도 이 부분에 질문을 던졌다"며 "저는 그 질문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고, 질문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면서 "'왜 1974년에 나온 결과를 따르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느냐, 왜 거기에 의문점을 다느냐'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화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했으며 등장인물과 구체적인 사건은 상상에 기초해 각색했다는 취지의 자막이 삽입됐다.다만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관객들이 영화 속 사실과 허구를 명확히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처럼 허진호 감독은 기존 수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역시 창작의 영역이라는 입장을 밝힌 반면,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이 혼재될 수 있다는 반론도 이어졌다. 영화의 역사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배우 개인을 향한 시위로까지 번진 가운데, 허 감독의 첫 공개 입장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