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대전 한밭종합운동장 야구장(한화생명이글스파크)을 홈으로 쓰던 2024년, 손혁 단장은 야구장 뒤편 사무실로 걸어가면서 팬들이 육성으로 외치던 “최! 강! 한! 화!” 응원을 듣곤 했다.
“조금은 창피했어요. 아직은 ‘최강’이 아닌데, 매일 그 함성을 들으려니 마음이 편치 않았죠. 그래서 ‘저 응원을 떳떳하게 들을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듬해인 2025년, 손 단장은 모처럼 뿌듯했다. 한화는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쳐 7년 만에 가을 잔치를 치렀다. 새로 문을 연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는 연일 만원 관중의 열기로 들썩거렸다. 한화는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고, 준우승했다.
“작년엔 비로소 팬들의 육성 응원을 떳떳하게 들을 수 있는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계속 꾸준히, ‘최강 한화’ 수식어가 어울리는, 지속적인 강팀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 후 1년. 한화는 다시 힘겨운 한 시즌을 보냈다. 1선발 역할을 기대했던 오웬 화이트가 첫 등판에서 다쳤고, 강속구 선발 투수 문동주는 수술대에 올랐다. 젊은 불펜 투수들은 혹독한 시행착오를 겪느라 지난해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전반기에 펄펄 날던 타선마저 후반기엔 힘을 쓰지 못하자 순위는 결국 9위까지 내려갔다. 손 단장은 정규시즌 마지막 날, 김경문 감독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아직은 아쉬운 마음이 더 커요. 여러 변수가 많았어도 5강은 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더 안 좋았으니까요. 단장이 부족해서 9등을 한 것 같아 여전히 죄송합니다.”
손혁 전 한화 이글스 단장. 사진 한화 이글스
손 전 단장은 2021년 12월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를 맡아 한화에 왔다. 그리고 1년 뒤 단장에 올라 4년간 한화 프런트를 이끌었다. 한국에 단 10명뿐인 프로야구 단장 자리. 그 무게감을 늘 잊지 않으려 했고, 때로는 “올해 성적만 봤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도 했다. 예를 들면 과감한 불펜 재구성이 그렇다.
그는 “(한국시리즈까지 갔던) 지난 시즌에도 우리가 불펜은 약한 편이라고 봤다”며 “류현진·채은성·강백호 등 주축 선수들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마운드를 강화해야 한다는 마음에 조금 서둘러 불펜 재건을 시도했는데, 돌아보니 내가 너무 투수코치 마인드로 판단한 건 아닌가 싶었다”고 돌아봤다.
2026 신인 드래프트에서 외야수 오재원을 1라운드에 지명했을 때도 그랬다. 손 전 단장은 “그때 ‘혹시 언젠가 다른 단장이나 감독이 왔을 때, 2026년에 내가 투수가 아닌 야수를 뽑은 걸 원망할까’라고 자문했다. 직원들이 ‘아니다’라고 힘을 줘서 믿고 지명했다”며 “이제 그 결실을 같이 보진 못하겠지만, 함께 노력했던 사람들이 앞으로 충분히 보여줄 거라 믿는다”고 했다.
손혁 전 한화 이글스 단장. 사진 한화 이글스
수많은 오르내림을 경험한 한화에서의 5년. 손 전 단장은 이제 그 시간을 뒤로하고 또 다른 자리에서 새출발한다.
“그동안 꾸준히 응원과 쓴소리를 해주신 팬분들 덕에 저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한화는 분명 올해를 발판 삼아 향후 5~6년간 더 강한 팀으로 도약할 겁니다. 젊은 투수들도 올해 고생을 많이 한 만큼 내년엔 더 안정적으로, 덜 어렵게 경험을 쌓아나갈 거라 믿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디에 있든 다시 ‘최강 한화’라는 소리를 듣게 되면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좋은 팀원들 덕에 5년이나 좋은 팀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에게 정말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