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국민의힘 검증참관인이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열린 선관위 특검 올림픽공원 현장 검증에서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서울 송파구의 투표지 247만장에 대한 검증이 28일 시작도 전에 고성으로 얼룩졌다. 국민의힘 측 참관인이 검증 과정을 개별적으로 영상 촬영하겠다는 것을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검이 불허하자, 참관인들이 “철수하겠다”고 통보하서면서다.
당초 특검팀은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보관된 6·3 지선 투표지들을 검증하려 했다. 각 후보자의 득표수를 다시 산출하는 재검표는 아닌, 투표지 전체 수량과 인쇄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 투표지가 발견되면 별도 분류해 정밀 감정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특검팀은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인원, 장비를 지원받았다. 투표지 분류기의 해킹 여부도 검증한다.
특검팀은 검증에 국회 선정 참관단, 여야 국회의원 등 100여명을 초대했다. 이태한 특검은 “이른 아침부터 검증을 지켜보기 위해 이 자리에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검증이 선거 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가 회복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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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못하면 철수”…참관인 돌발 항의
당초 특검팀 계획은 이 특검 발언이 끝난 즉시 검증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검증에는 10~15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국회 선정 참관인으로 참가한 도태우 변호사가 돌발적으로 “사진, 영상 촬영을 허락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검증 절차가 시작되지 못했다. 평소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던 그는 별도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음에도 마이크 없이 고성으로 “참관인 영상 촬영을 불허한다면 국민 열망, 알권리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 특검은 각 테이블마다 폐쇄회로(CC)TV와 영상촬영 장비가 배치됐고, 원할 시 특검 수사관이 별도 분류해 촬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도 변호사는 “공공기관만 촬영했다가 촬영물이 폐기될 시 국민적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검팀은 참관인들의 개별적인 촬영을 불허한다고 검증의 신뢰성이 떨어지지는 않는다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일부 참관인이 “촬영 못 하는 이유 말씀해주십시오” “이건 국민의 알권리 침해입니다”라며 각자 자리에서 항의하기 시작했다. 검증장은 순식간에 고성으로 얼룩졌고 질서가 흐트러졌다. 이 특검을 비롯한 특검팀 지휘부는 대책 논의를 위해 자리를 떴다.
28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공개검증이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검증 참관인으로 참석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참관 현장의 촬영 불가 방침을 두고 이태한 특별검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현장에 있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항의를 거들었다. 김태규 의원은 “원천적으로 의심을 없애기 위해서 (참관인 영상 촬영을 제안하는 거다). 이렇게 안 하면 의심이 다시 일어날 거다. 그 분노를 못 보셨나”라고 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선동하지 말라”고 하자 김 의원은 “선동이란 표현 함부로 쓰지 마세요. 누가 선동을 했어야 누가”라고 고함치며 항의했다. 국회 측 참관인 한 명이 이해식 의원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서자 주변에서 제지하는 일도 있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역시 영상 촬영 불허를 놓고 특검팀에 항의했다. 이진숙 의원도 “국민이 못 믿는다고요. 국민들이 만든 특검이잖아요”라고 했다.
특검팀이 언론사 카메라 두 대대로 검증장 전경 녹화, 여야 참관인 한명씩 촬영 장비 대여를 타협안으로 제시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서 검증은 예정보다 3시간 늦어진 오전 11시49분에 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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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부터 밤샜다…검증 결과 못 믿을 듯”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경찰이 진입을 저지하자 시위대가 항의하고 있다. 김성진 기자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는 이른 시각부터 “부정선거, 재선거, 단일투표, 수개표”를 외치는 시위대로 붐볐다. 수백명 시위대의 상당수가 고령 남성, 여성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70대 여성은 “6시부터 나왔다”며 “나라가 말이 아니다. 내 새끼들 걱정에 나왔다”고 말했다. 청년들도 있었다. 32세 직장인 김모씨는 “어젯밤 11시에 도착해 기아차 모닝에서 밤을 지샜다”며 “6·3 지선에 미심쩍은 부분이 워낙 많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왔다”고 했다. 그는 “특검이 검증을 통해 선거에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하더라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시위대는 핸드볼경기장 내에서 참관인 영상 촬영이 거부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생중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찰은 48개 기동대 3300여명을 투입해 일대를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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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져온 장비 쓰게 해달라” 요구도
이날 검증에 참여한 선관위 직원들은 골무, 흰 장갑 낀 손으로 투표지를 한장씩 넘겨가며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여야 추천 참관인들이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일부 참관인은 “투표지가 빳빳하다”거나 “내가 가져온 검증 장비를 쓰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참관인이 이상하다고 지목한 투표지는 별도로 분류해 정밀 감정한다. 범죄 혐의점이 있다면 특검팀이 수사에 착수한다.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용지들은 선관위가 별도로 지정한 보안 창고로 이송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창고로 이송된 투표용지는 다른 선거 투표용지와 마찬가지로 당선인의 임기 동안 보관된다. 공직선거법 186조는 “선거에 관한 모든 서류를 그 당선인의 임기 중 보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선거소송이 제기되지 않는다면 관련 규칙에 따라 보관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