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 브리핑하겠습니다. 오늘 기온이 섭씨 35도, 습도 80%가 넘어 찜통같은 날씨입니다. 현장에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특히 오늘은 사다리 작업이 많은데 공중에서 체중 이동을 하면서 일하다가는 사다리랑 같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번거롭더라도 반드시 사다리에서 내려온 뒤에 자리를 이동해 작업해 주세요. 그리고 사다리 밑에 청소도구, 약통이 있는지 항상 확인하시고요. 오늘 하루도 안전하게 작업합시다. 다들 건강에 이상이 없으시죠? 자 여기 폭염수당입니다. "
지난 8월, 아파트 입주 청소 작업 현장. 청소업체 대표인 나는 스케치북까지 들고 유의사항을 신속·정확하게 전달했다. 내 브리핑을 들은 이날 작업자는 단 2명, 팀장님과 센터장님이다. 내가 진지하게 브리핑을 마치고 폭염수당 2만원을 담은 꽃분홍색 봉투를 전달하자 두 사람은 까르르 웃음꽃을 터뜨렸다.
“하여간, 사장님은 못 말려. 아침에 일당 미리 줘놓고 또 무슨 폭염수당이야.” “뭐 매일 하는 일인데, 브리핑을 빼먹지를 않네. 아주 철두철미해요.”
아시아나, 티웨이 등에서 32년간 기장으로 일한 손정식씨는 정년퇴직 후 청소업체를 차려 직원들과 직접 청소를 다닌다. 김경록 기자
기분 좋은 웃음으로 시작한 이날 청소는 점심 먹고 오후 3시가 돼서야 끝났다. 점심 메뉴는 소고기 전골, 디저트는 팥빙수였다. 작업자들은 “우리 사장님은 남는 게 없어. 별난 사람”이라며 즐거워했다.
나는 무슨 일을 하든 나랑 손발 맞춰 일하는 동료의 사기가 올라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사소한 거지만 작업 시작 전에 미리 일당 지불, 혹한기·혹서기 특별수당 주기, 점심과 간식은 무조건 넉넉하게 챙기기 등은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한 나만의 기본 방침이다.
청소업계에 뛰어들기 전, 나는 아시아나항공·티웨이·에어로케이를 두루 거친 32년 차 기장이었다. 유럽을 오가는 대형기만 14년을 몰았고, 동남아 가는 중형기는 12년 탔다. 손정식(62)이란 내 이름 앞에는 언제나 ‘민간인 출신 국내 최초 기장’이란 타이틀이 붙는다. 이젠 ‘기장 출신 청소업자’로 변신해 비공식 ‘최초’ 기록을 하나 더 추가했다.
32년 기장으로 살며 1만8000시간 비행했다. 비행기라는 좁은 공간에 수많은 인원을 태우고 운항할 때 기장의 목적은 단 하나다. 바로 안전이다.
그런데 비행 과정은 크고 작은 사고의 연속이고, 비행기는 아주 미세한 실수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니 기장은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꽉 짜인 매뉴얼대로 수십·수백 번 안전수칙을 확인하는 게 몸에 밴다.
기장 시절 비행기 조종실에 앉아 있는 손정식씨의 모습. 사진=손정식
이때 기장이 할 일은 단 하나다. 바로 크루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거다. 사기만 올라가면 시키지 않아도 각자 알아서 한 번 볼 거 두 번 확인하고 서로 배려하면서 사고를 막는다. 반면에 마음을 상하게 하면 어떻게든 서로의 눈길을 피해 딴청을 피우고 ‘될 대로 돼라’ ‘이건 내 일이 아니다’ 식의 개인주의적 태도가 싹터 사고에 대한 리스크가 엄청나게 커진다.
사기 올리는 방법은 사실 별거 없다. 그리고 비행하며 배운 철칙을 청소업에도 그대로 적용 중이다.
(계속)
그는 청소업체를 차리자마자 직원들을 부르는 방법부터 바꿨다. 그러자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사소한 장치들로 직원들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든 방법은 뭘까.
퇴직하고 청소업체를 차린 지 채 2년이 안 된 지금, 벌써 연 매출은 2억5000만원이 넘는다. 그는 조만간 매출 두 배 이상으로 키울 자신이 있다고 장담한다.
“왜 하필 청소예요?”
연봉 2억을 받던 그가 물걸레와 청소업계에 왜 뛰어들었을까. 청소에서 찾은 성공법,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73241
“문과 중년男 아무 쓸모 없더라”…그가 월 300만원 버는 비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0053
“공무원 40년? 지금이 최고”…6시간 일하고 월 350 버는 직업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61895
은퇴 후 여행만 다닌 58세…‘월 500만원’ 꽂히는 계좌의 비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