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LA한인들은 왜 총을 들어야 했나…진구섭 맥퍼슨대 교수 출간

Los Angeles

2026.10.27 23:0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LA 폭동, 지붕 위의 한인들
진구섭 맥퍼슨대 명예교수가 평생 마음의 짐을 내려놓듯 신작 ‘1992년 LA 폭동, 지붕 위의 한인들(표지)’을 출간했다.
 
‘지붕 위의 한인들’이란 제목은 LA 폭동을 상징하는 한 장의 사진에서 따왔다. 사진 속 인물은 경찰관이나 시위대가 아니다. 건물 옥상에 올라가 총을 들고 자신의 가게를 지켰던 한인들이다. 당시 언론들은 이들을 ‘지붕 위의 한국인(Rooftop Koreans)’이라고 불렀다.
 
저자는 LA 경찰의 오류와 무능을 수수께끼를 풀 듯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분 단위로 폭동 전후의 상황을 복원하면서 경찰의 행적을 추적했다. 폭동 첫날, 처음 여섯 시간 동안 ‘비상 야전 지휘소’에 집결한 1790명 경찰 가운데 극히 일부만 불과 약 2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폭력 사태 현장에 배치되었어도 폭동의 확산을 즉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인종 문제를 연구해온 저자가 34년 전의 사태를 환기시키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모두의 망각 속에 LA 폭동에 대한 왜곡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당시 사건을 반추하는 주류 언론의 논조가 LA 폭동을 한인과 흑인 사이의 갈등으로 치환하는 방향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한인 사회가 폭동의 원인 제공자로 묘사되고, 한국인 이민자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여겨지는, 역사 인식의 전복, 혹은 ‘바꿔치기’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도 LA 폭동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마치 사실인 양 인터넷에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또 미주 한인 사회 일각에선 폭동과 관련해 우리는 선(善), 다른 집단은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이 팽배하다고 한다. 우리의 오류를 바로잡는 복구와 복기 작업도 필요하다고 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태평양을 건넌 한인 이민자들이 왜 흑인 밀집 지역에 가게를 열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로드니 킹 사건 및 ‘두순자 사건’(라타샤 할린즈 총격 사건) 등을 거치며 흑인과 한인 커뮤니티 사이의 갈등이 어떻게 쌓여갔는지 등을 입체적으로 복원한다.
 
이 책은 미국이라는 다인종 사회에서 한인 이민자가 어떻게 살아남고, 충돌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갔는지를 보여주는 책으로도 읽힌다.

배영대 서평가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