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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위해 1만㎞ 날아온 美자선사업가…한국서 딸의 간 이식받고 새 삶

중앙일보

2026.10.2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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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화로 생명이 위태로웠던 미국인 자선사업가가 한국에서 생체 간 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28일 서울아산병원은 간경화를 앓던 마르코 안토니오 키로스(69)가 지난 8월 생체간이식을 받은 뒤 회복해 29일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미국인 자선사업가 마르코 안토니오 키로스와 딸 킴벌리 키로스가 귀국을 앞두고 건강한 모습으로 21일 서울아산병원 신관 옥외정원에서 간이식·간담도외과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기증자인 딸, 수혜자 키로스, 뒷줄 왼쪽부터 송기원·문덕복 교수, 이승규 석좌교수.

미국인 자선사업가 마르코 안토니오 키로스와 딸 킴벌리 키로스가 귀국을 앞두고 건강한 모습으로 21일 서울아산병원 신관 옥외정원에서 간이식·간담도외과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기증자인 딸, 수혜자 키로스, 뒷줄 왼쪽부터 송기원·문덕복 교수, 이승규 석좌교수.


페루 출신인 키로스는 미국과 페루를 오가며 부동산 건설 사업을 하고, 그 수익으로 페루의 양로원 노인과 저소득층 가정, 투병 중인 아이들을 후원해왔다. 그가 간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 것은 2008년이었다. 담낭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지방간 소견을 들었으나, 주치의로부터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을 듣고 별다른 치료 없이 지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배가 계속 불러와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복수가 차고 간섬유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올해 2월에는 폐에도 체액이 쌓여 숨쉬기 힘들어졌고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신장 기능까지 나빠질 위험이 있어 간이식이 필요했다.

키로스는 미국에서 뇌사자의 간을 이식받으려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미국은 가족 등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간을 받는 생체간이식 보다 뇌사자 간이식이 보편적이다.

그는 다른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생체간이식을 알게 됐다. 수술 경험 등을 살펴 서울아산병원을 선택했고, 지난 5월 말 가족과 함께 약 1만 ㎞를 날아 한국에 왔다.

검사를 거쳐 딸 킴벌리 루시아 키로스(30)가 공여자로 결정됐다. 의료진은 딸의 기증 의사와 건강 상태, 체격 등을 검토해 아버지에게 필요한 만큼의 간을 기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8월 14일 부녀는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송기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가 딸의 간 우엽을 절제하고, 이승규 석좌교수와 문덕복 교수가 아버지에게 이식했다. 딸의 수술에는 복부 절개를 10㎝ 미만으로 줄이는 기법을 적용했다.
산타 분장을 한 마르코 안토니오 키로스(오른쪽 첫 번째)가 페루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산타 분장을 한 마르코 안토니오 키로스(오른쪽 첫 번째)가 페루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이식 수술은 까다로웠다. 간 주변 혈관이 복잡하게 엉켜 있고 굳어진 간 일부가 하대정맥을 감싸고 있어, 간을 떼어내다 대량 출혈이나 혈액순환 장애가 생길 위험이 컸다. 의료진은 혈액이 우회해 흐를 통로를 먼저 만든 뒤 병든 간을 분리하고 딸의 간을 이식했다. 수술은 17시간 넘게 이어졌다.

딸은 수술 8일째, 아버지는 3주 차에 퇴원했다. 문덕복 교수는 “문맥-대정맥 우회로를 미리 만들어 두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한 덕분에 어려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키로스는 “조국 페루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고 아직 내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며 “앞으로 계속 봉사할 기회를 얻게 돼서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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