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스페인 우르다에서 발생한 고속열차 추돌 현장에서 응급구조대가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중부에서 발생한 고속열차 추돌사고로 최소 68명이 숨지고 80명이 다쳤다고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 등이 보도했다. 열차에 탑승했던 한국인 2명도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는 이날 오전 8시 54분쯤 카스티야라만차주(州) 톨레도시 인근 우르다 지역에서 발생했다.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노선 118㎞ 지점에서 스페인 국영 철도회사 렌페가 운영하는 고속열차(AVE)가 같은 방향으로 운행하던 민간 철도회사 이리오의 열차 후미를 들이받았다.
차준홍 기자
충격으로 이리오 열차 객차 2량과 AVE 열차 객차 1량이 철로를 이탈해 비탈 아래로 떨어졌다. 렌페 열차엔 397명, 이리오 열차엔 아기 한 명을 포함해 147명 등 총 544명이 탄 상태였다. 부상자 80명 중 50명은 중상이고 탑승객이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스테르 파디야 카스티야라만차 주 정부 대변인은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며 “희생자 숫자는 확실히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현지 언론이 보도하는 사고 상황은 급박했다. AVE 탑승객 헤수스 헤로니모는 엘파이스에 “노트북으로 작업 중에 엄청난 가속이 느껴지며 앞 좌석에 부딪혔다”며 “사람들이 열차 밖으로 튕겨 나갔다”고 말했다. 객차에서도 승객들이 머리와 사지 등을 크게 다쳤다. 전복된 객차에선 짐으로 출입구가 막히자 승객들이 창문을 깨고 탈출해 구조를 요청했다. 승객과 연락이 끊긴 가족들의 생사 확인 요청도 빗발치는 상황이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우르다에서 고속 열차 두 대가 충돌하는 사고 현장에서 응급 구조대원들이 부상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니카 가르시아 보건부 장관은 X(옛 트위터)로 “이번 철도 사고로 혈액이 부족할 수 있다”며 시민들에게 긴급 헌혈을 호소했다. 주요 정부 기관과 정당, 자치정부도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 체제로 전환 중이다.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현지 언론은 자동신호 시스템이 고장 난 뒤 사람이 직접 신호를 통제하는 수동 모드로 전환한 상태에서 인적 태만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스페인에선 지난 1월 남부 안달루시아주 아다무스에서 열차 사고로 46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시 철도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기관사 노조의 파업 등이 이어졌는데 9개월 만에 또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와 1월 사고 모두 렌페와 이리오 열차 간에 발생했으며, 철로 운영사도 아디프(ADIF)로 같다. 스페인은 총 길이 3900여㎞의 유럽 최대 고속철도망을 보유한 국가다. 전 세계에선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사고가 다음 달 29일로 예정된 스페인 조기 총선의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다. 중도좌파 성향인 집권 사회당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고물가, 주택난 등으로 인한 대규모 시위 여파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우르다에서 발생한 고속열차 추돌 현장에서 응급구조대가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야권은 이번 사고도 산체스 정권의 실정이라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산체스 총리는 X에 “열차 사고에 충격을 받았다”며 “모든 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에게 애정과 연대, 지지를 보낸다”며 신속한 구조 작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주스페인 대사관은 “현장에 파견된 영사가 확인한 결과 사고 열차에 우리 국민 10명이 탑승했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