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28일 이렇게 말하며 혀를 찼다. 이틀 전 같은 당 주진우 의원이 제기한 김혜경 여사의 ‘황제 골프 의혹’을 언급하면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골프 의혹을 연달아 파고든 주 의원은 지난 26일엔 김 여사 골프 의혹을 새로 끄집어냈다. 제보로 확보한 골프 영상도 공개했고, 태릉CC 시설의 특혜 이용 가능성도 거론했다.
평일인 지난 20일 영부인이 사회적 약자를 만나지는 못할망정 누군가로부터 골프 레슨을 받는 장면을 확보했다는 것만으로도 야당 입장에선 수확 같았다. 게다가 김 여사가 골프를 친 날은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고 김진석 소방위 영결식 이튿날이었다. 이 대통령이 직접 빈소까지 방문해 유족을 위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여사의 골프 영상이 언론에 보도되며 묘하게 대비됐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김혜경 여사의 골프 의혹에 대해 질의 중이다. [연합뉴스]
그렇게 야당 의원으로서 주가를 올리려던 순간 주 의원의 스텝은 꼬였다. 주 의원이 김 여사의 동행자로 지목한 프로골퍼 리디아 고가 “저와는 무관하다”며 즉각 선을 그은 것이다. 주 의원은 “일부 오류”(26일 유튜브 방송)라고 표현했지만, 리디아 고를 향한 명시적 사과는 하지 않았다. 사과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프레임’이라는 이유였다. 민주당은 주 의원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생사람을 잡을 뻔한 실수 탓에 반격의 빌미를 준 셈이다.
저격수가 사실상 실종된 국민의힘에서 주 의원은 귀한 공격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주 의원만큼 잘 싸우는 야당 의원은 드물다. 여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1억원 와인 구매’ 논란을 띄우자 “구매비의 76%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쓰였다”는 팩트로 반격한 게 그였다.
그러나 닥치고 공격에만 몰두하다 저지르는 실책 또한 반복되고 있다. 영화 ‘암살자(들)’ 논란에서 배우 유해진을 향해 ‘북한상’이라고 한 뒤 역사 왜곡이 본질이던 사건은 외모 비하 논란으로 초점이 흐려졌다. ‘이재 명을 끊을 때’라는 댓글은 막말에 가까웠다.
깨끗한 안타를 치고도 무리하게 내달리다 주루사를 당할 필요가 있을까. 영리한 선수는 땅볼을 치고도 안타를 만들어내지만, 흥분한 선수는 무작정 달리다 베이스를 지나치는 오버런(overrun)을 한다. 지금 주 의원에게 필요한 건 정확히 문제점을 저격하는 냉철함이다. 강성 지지층의 환호에 흥분해 오버런을 반복하면 일류 선수가 되지 못한다. 실수가 잦은 저격수로 남는 게 주 의원의 정치적 꿈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