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11월 3일)가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반환점을 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 동시에 트럼프 집권 후반기의 연방 의회 권력 향배를 가를 중대 승부처다.
하원의 경우 다수당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의 우세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상원은 초박빙 판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원, 민주당 다수당 탈환 유력
트럼프, 기존 정책 고수할 듯
한·미 동맹 간 신뢰 문제 발생
백악관과 소통, 차기도 대비를
김동석 미국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가 지난 6월 2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주 한인의 날’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번 중간선거 성적표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2028년 차기 대선 주자들의 행보에도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 관계가 ‘난기류’를 겪고 있다는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의 진단이 나온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국의 중간선거를 어떻게 바라보고 선거 이후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미 워싱턴 DC에서 약 30년간 풀뿌리 유권자 운동을 이끌어온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지난 2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먼저 “이번 선거에서 의회 권력 지형이 어떻게 바뀌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2028년 차기 대선을 향한 공화·민주 양당의 경쟁이 본격화하는 출발점이라는 사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2년을 정교하게 관리하는 동시에 2028년 대선 이후 미국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또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와 대미 투자 압박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은 오히려 현 백악관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새 의회의 통상·안보 관련 상임위와 긴밀히 협력하는 한편 2028년 대선을 준비하는 양당 차세대 지도자들과 정책적 소통을 시작하는 등 복합적 외교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줌 화상인터뷰 캡처. [중앙포토]
미 뉴욕에 거주 중인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25일 화상으로 진행됐고, 이후 그의 서면 답변이 추가로 전해져 왔다.
“상원은 ‘동전 던지기’ 접전”
Q : 현재 판세를 어떻게 보나.
A : “하원은 민주당이 15석 안팎의 우위로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고 상원은 51대49, 내지 50대50으로 공화당이 간신히 방어하는 ‘동전 던지기’ 접전이 될 것으로 본다. 상원은 텍사스·메인·오하이오·알래스카·아이오와·미시간·뉴햄프셔 등이 경합주로 분류된다.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는 이미 공화당도 민주당 우세로 분류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를 10%포인트 차 이상으로 이겼던 주들이 쉽게 넘어가겠는가. 2016년 대선, 2022년 중간선거, 2024년 대선 모두 열흘 전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는 크게 달랐다.”
김경진 기자
Q : 민주당은 ‘생활비 감당(Affordability)’ 이슈를 선거 전면에 내세웠다. 유권자 표심을 가를 최대 변수는 뭔가.
A : “생활비와 물가 등 경제·민생 문제가 표심을 움직이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지금의 생활고를 정치권 전체의 책임으로 돌리는 상황이다. 따라서 어려운 민생 경제가 온전히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생활비 부담과 트럼프 대통령 국정 평가의 연계 여부, 텍사스·캔자스·오하이오와 같은 공화당 지지 기반에서의 유권자 표심 변화, 경합지에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의 투표율 결집 여부 등 세 가지 변수가 승패를 가를 것이다.”
Q : 텍사스·플로리다 등 공화당의 전통적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A :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나는 유권자 구성의 변화와 양당 내부의 세력 재편이 2028년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함께 봐야 한다. 특히 텍사스와 플로리다에서 2024년 대선 때 트럼프를 지지했던 일부 라틴계 유권자가 왜 다른 선택을 고려하고 있는지, 투표용지에 트럼프라는 이름이 없는 선거에서 마가 세력이 얼마나 결집하는지가 중요하다. 민주당은 일반적인 진보파와 급진적인 민주사회주의자(DSA)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민주당이 하원을 근소한 차이로 이길 경우 의료보험 확대, 주거비 부담, 대기업 규제, 대(對)이스라엘 정책 등을 둘러싸고 당내 중도 실용주의와 진보(DSA) 간 노선 대결이 본격화할 수 있다. DSA로 대표되는 진보파가 얼마나 의석을 확보하고 새 의회에서 실제 정책을 추진할 힘을 얻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트럼프 힘 약해지지 않을 것”
Q : 민주당의 하원 탈환 시 트럼프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
A : “레임덕이냐, 계속 독주냐의 양자택일 문제로 볼 수 없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상임위를 통해 행정부 관세정책의 경제적 영향, 이민 단속의 적법성, 대통령과 측근의 이해충돌 문제, 군사작전과 외교정책 등을 조사·검증하고 청문회도 열 수 있다. 하지만 의회 다수당의 변화가 대통령 권력 전체의 약화를 의미하진 않는다. 트럼프는 의회 견제에 맞서 행정명령과 규제 변경 등을 활용해 기존 정책을 이어갈 수 있다. 민주당이 만약 상·하 양원을 장악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양원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Q : 한국 입장에선 미국 대외정책의 연속성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A : “의회는 예산과 감독권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모든 외교적 결정이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선거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중국 무역협상, 대북 정상외교, 동맹국의 방위비 부담, 관세 및 대미 투자 등에서 핵심적인 정책 결정권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는 게 중요하다. 공화당 내부에서 마가 지지층과 조직이 계속 트럼프 중심으로 결집한다면 그의 당내 영향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김 대표는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지위 탈환 시 곧바로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투자 압박이나 대중국 견제 요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을 경계했다. 오히려 백악관과의 직접적 소통 채널을 계속 관리하면서 동시에 새 의회의 감독·예산권을 활용한 협력도 확대하는 등 다층적인 외교 전략을 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중간선거 끝나면 사실상 대선 국면”
Q : 최근 한·미 관계를 두고 스틸 대사가 ‘난기류(turbulence)’라는 표현을 썼다.
A : “지금 한·미 관계는 동맹의 붕괴나 위기라기보다 동맹의 역할과 양국 이해관계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신뢰 문제가 발생하고 이것이 표면화된 양상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안보와 통상을 분리해 관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관세와 대미 투자, 첨단기술, 대중국 전략, 주한미군 역할 등이 하나의 패키지 협상 구조 안에서 연결돼 있다. 사안을 하나하나 보면, 대북 정보 협력 균열은 신뢰의 문제, 전작권 전환 이슈는 동맹의 역할과 미래에 대한 시각차, 쿠팡을 비롯한 통상 갈등은 규칙과 공정성의 문제다. 양국 관계를 둘러싼 상황이 크게 변화했는데도 동맹을 바라보는 인식은 오래전 과거에 머물러 있다. 낡은 인식 틀에 갇혀 서로 협의·조정하는 일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Q : 중간선거 이후 한·미 관계엔 어떤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나.
A : “일방적 관세 정책은 미 사법부 판결이나 의회의 고강도 견제 등으로 힘이 빠지거나 타협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안보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중국 견제,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재편,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등은 현재 미 국방부(전쟁부)의 핵심으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정책차관이 트럼프 1기 때부터 펼친 구상이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잡아도 미국의 대중국 견제 동참 및 동맹 역할 재조정 요구는 초당적 기조인 만큼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Q : 트럼프 2기 후반기와 2028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은 어떤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하나.
A : “2028년은 먼 미래가 아니다. 중간선거 다음 날부터 펼쳐질 눈앞의 현실이다. 선거 끝나면 양당과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캠프를 꾸리고 차기 준비에 들어간다. 대만과 인도 등은 벌써부터 양당 유력 주자 캠프의 정책 수립 단계에 파고들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힘 쏟고 있다. 유대계 로비가 강한 이유가 뭔가. 미 정치인에게 자금만 대는 게 아니라 정책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보고서로 만들어 손에 쥐여 주기 때문이다. 우리도 대선 주자 캠프에 한·미 동맹과 동아시아 전략에 관한 정교한 정책 패키지를 선제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김동석(68)=1996년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를 설립했고, 2013년 미주한인유권자연대를 결성하며 미주 한인의 권익 보호와 풀뿌리 시민 정치 캠페인을 이끌어 왔다. 특히 2007년 미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주도했다. 미 워싱턴 정계에 초당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인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미 의회 입법과 정부 정책에 반영되는 데 기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