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현 성신여대 교수가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연구실에서 상어 항체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부산 북항에 나타난 흑상어 ‘부캉이’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상어의 독특한 면역체계에서 신약 개발의 실마리를 찾는 연구도 눈길을 끈다.
항체 전문가인 나정현(38) 성신여대 바이오신약의과학부 부교수는 2023년 까치상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항체를 찾아내 국제학술지 ‘피시 앤 셸피시 이뮤놀로지(Fish & Shellfish Immunology)’에 발표했다. 학계에 따르면 사람의 질병 치료를 목표로 한 상어 항체 연구에서 국내 첫 성과였다.
그는 왜 상어에 주목했을까. 28일 나 교수에게 상어 항체 연구의 가능성과 한계를 물었다.
Q : 상어 항체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A :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를 해보고 싶었다. 상어의 상처 회복 능력과 독특한 면역체계에 관심이 갔고, 국내에 서식하는 상어에서도 특수한 초소형 항체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2019년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연구원이었던 나 교수는 어류 전문가인 김진구 부경대 교수에게 연락해 상어를 찾아 나섰다.
Q : 상어 항체의 어떤 특성에 주목했나.
A : 상어 항체에서 바이러스 등 특정 표적에 달라붙는 부분만 분리한 것이 초소형 항체다. 일반적인 사람 항체의 약 10분의 1 크기로 기존 항체가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부위도 공략할 수 있다.
Q : 까치상어를 연구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A : 국내에서 비교적 발견하기 쉽고 사육하는 데 용이해서다. 해운대에서 그물에 걸린 102㎝의 흑상어를 확보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개체 수가 적어 필요한 항체 유전자를 얻는 데 실패했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까치상어 연구에 매달렸다. 까치상어 3마리에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을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한 뒤 면역이 확인된 한 마리의 비장 조직에서 항체 유전자를 추출했다. 이렇게 얻은 항체가 여러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세포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22일 오전 부산 북항 친수공원 인공 수로에서 전날 3차 유도작업으로 수로 밖으로 나갔던 상어 '부캉이'가 다시 재진입, 차단막 안으로 들어와 수로 안을 유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어류에 문외한이었던 나 교수는 김 교수와 함께 국내 흑상어의 출현을 입증한 논문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Q : 후속 연구가 이어지지 못했는데.
A : 상어 항체는 사람 항체와 구조적 차이가 커 인체에 투여하기 적합하도록 바꾸는 ‘인간화’ 과정이 까다롭다. 관련 기술이 축적되지 않아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기도 어려웠다. 제약사들이 신기해하면서도 실제 개발에 나서지는 않더라.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든 배경도 있다. 현재는 알파카의 초소형 항체를 활용한 항암제와 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를 연구하고 있다.
Q : 알파카 항체는 어떤 특성이 있나.
A : 알파카·라마 같은 낙타류도 상어와 비슷한 초소형 항체를 지니고 있다. 사람 항체와 비슷해 신약으로 개발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관련 특허를 출원했고, 논문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낙타류 항체를 이용한 치료제는 이미 상용화됐다.
해외에서는 상어 항체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바이오기업 엘라스모젠은 상어 항체를 인간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신약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중국 산둥대·중국해양대 등 공동연구팀이 상어 항체를 이용한 물질로 유방암 세포를 죽이고, 생쥐의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