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내부 화면이 손상된 모습. 지난 23일 출시 이후 화면이 접히는 중앙 부위에 균열이나 흰색 줄이 생겼다는 이용자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레딧 캡처
애플의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 화면 파손 논란이 제품 내구성 문제를 넘어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와 충성 이용자를 둘러싼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른바 ‘크랙게이트’가 오랫동안 쌓여온 반(反)애플 정서에 불을 붙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애플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소수의 아이폰 듀오 제품에서 내부 디스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며 문제가 발생한 제품을 무상 교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확한 원인과 전체 불량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애플은 삼성전자보다 7년 늦게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삼성의 초기 폴더블폰을 “싸구려 같고 조잡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완성도를 강조하며 후발주자로 나선 애플로서는 출시 직후 품질 논란으로 체면을 구긴 셈이다.
애플이 품질 문제를 공식 인정한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은 “자기들이 최고·최상의 완벽한 폴더블을 만들어낸 양 꺼드럭대더니”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대형 커뮤니티에선 “애플이 혁신이라고 말한 제품들 근황”이라는 글에 1000여 개, “갤럭시 까던 애플 유저 근황”에는 700여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자업자득이라는 취지의 비난이 잇따랐다.
지난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MLB파크에 올라온 ‘애플 아이폰 듀오의 업보.jpg’ 게시글. 존 터너스 애플 CEO의 과거 폴더블폰 관련 발언과 최근 아이폰 듀오 화면 파손 논란을 엮어 비판했다. MLB파크 캡처
불똥은 대형 테크 유튜버에게도 튀었다. 구독자 284만명의 유튜버 ‘잇섭’은 기존 리뷰에서 내구성 문제를 충분히 지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자 직접 구매한 제품에 모래를 넣고 반대 방향으로 꺾는 등 약 3시간 동안 내구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크랙이 재현되지 않자 애플을 두둔한다는 악플과 가족을 겨냥한 욕설까지 이어졌다. 잇섭은 “애플에서 1원도 받은 적 없다”며 허위사실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논란이 커진 배경에는 애플이 내세워 온 ‘특별한 브랜드’의 역설이 있다. 애플은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 높은 완성도를 앞세워 경쟁사와 차별화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일부 충성 이용자 사이에선 아이폰의 ‘감성’을 세련된 취향과 정체성의 상징처럼 소비하는 문화도 형성됐다. 강한 브랜드 이미지가 충성 고객을 끌어모으는 자산인 동시에 문제가 생기면 반발을 키우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독자 284만명의 IT 유튜버 잇섭이 지난 26일 애플 ‘아이폰 듀오’의 화면 균열 논란을 검증하기 위해 약 3시간 동안 테스트와 분해 과정을 생중계했지만 방송 내내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잇섭’ 유튜브 캡처
특히 국내에서는 아이폰 이용자를 비하하는 ‘앱등이(애플+곱등이)’와 갤럭시 이용자를 비하하는 ‘삼엽충’이라는 표현이 10년 넘게 통용될 만큼 양측 팬덤의 감정싸움도 뿌리가 깊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애플은 독자적인 폐쇄 생태계를 유지해왔고, 이를 불편하게 느낀 이용자들이 있었다”며 “애플을 맹종하는 ‘애플 신화’에 대한 반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연구도 비슷한 현상을 설명한다. 2021년 브랜드 경영학 관련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 ‘나는 왜 당신을 계속 미워하는가: 안티(anti) 브랜드 커뮤니티 관점에서 본 애플 브랜드 혐오’는 애플이 상징하는 이미지와 문화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제품에 대한 부정적 경험보다 브랜드 혐오를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특정 브랜드와 자신을 강하게 동일시할수록 경쟁 브랜드의 실패를 “내 선택이 옳았다”는 증거처럼 받아들이는 ‘브랜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샤덴프로이데는 다른 사람의 불행에 쾌감을 느끼는 심리 현상이다.
애플이 첫 접이식(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의 화면 결함을 인정하고 무상 교체 방침을 밝혔다. 사진은 27일 서울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전시된 아이폰 듀오. 연합뉴스
애플이 그동안 높은 제품 완성도를 유지해 온 만큼 이번 사태가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존 터너스의 애플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기존에 알던 애플이 아닌 것 같다’는 이질감이 커지는 가운데 명백한 흠까지 발견되면서 콘크리트 팬덤의 신뢰마저 흔들리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