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오파로카 이그제큐티브 공항에 도착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브라질 대선에서 패배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법원의 출국 금지 명령을 어기고 미국으로 도피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선거가 끝난 지 사흘도 지나지 않아 사법 당국의 감시를 피해 출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야 모두 충격에 빠졌다. 미국이 보우소나루를 받아들이면서 양국 간 외교 갈등도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탈리아 여권으로 국경 넘어…야당 지도부도 몰랐다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출국 금지 조치를 피해 비밀리에 미국으로 향했다. 법원은 자금 세탁과 부패 수사를 이유로 그의 여권을 취소했지만 보우소나루는 이탈리아 여권을 이용해 육로로 아르헨티나에 입국했다.
아르헨티나 이민국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27일(현지시간) 밤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미시오네스주의 국경 다리를 건넜다. 이후 전세기로 에콰도르 과야킬을 거쳐 28일 오전 미국 마이애미에 도착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 오파로카 이그제큐티브 공항에 도착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브라질 상원의원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소속 정당인 자유당(PL) 지도부조차 언론 보도를 통해 출국 사실을 알았다. 대선 캠프를 총괄한 호제리우 마리뉴 상원의원은 “당과 어떠한 사전 교감도 없었으며, 그로부터 ‘오늘 하루 시간을 좀 가지겠다’는 문자메시지만 받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총선에서 여당을 압도하는 의석을 확보한 자유당 등 야권도 곤혹스러운 처지다. 대선 후보의 돌발적인 도피로 정국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룰라 “선거 지고 도망” 맹비난…인터폴 적색수배 추진
4선에 성공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당선인은 보우소나루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방금 선거에서 진 시민이 자기 나라를 두고 도망칠 때 그의 양심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묻고 싶다”며 “비밀리에 이 나라를 떠난 시민은 뭔가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이 틀림없다”고 했다.
과거 자신은 대선 패배와 정치적 압박에도 브라질에 남아 수사를 받았다며 “보우소나루 일가에게 브라질은 두 번째 조국이며 첫 번째는 미국임을 상기시킨다”고도 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아들인 에두아르도 전 하원의원 역시 사법 문제로 미국에 망명한 상태다.
집권 노동자당은 연방대법원에 보우소나루의 예방적 구속영장 발부와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내년 2월 상원의원 임기가 끝나 불체포특권까지 사라지면 신병 확보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미국에 체류 중인 만큼 실제 체포 여부는 불투명하다.
보우소나루는 여러 부패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다. 10억 달러(약 1조3500억원) 이상의 온라인 도박 사기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 변호사와 결탁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쿠데타 시도 혐의로 복역 중인 아버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전기 영화 제작비를 마련하려고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은행가에게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도 있다. 대선 캠프의 외국인 불법 자금 조달 의혹 역시 수사 대상이다.
대선에서 승리했다면 재임 중 취임 전 혐의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었지만 패배로 사법 처벌 위험이 커지자 도피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
트럼프 정부, 입국 허용…美·브라질 외교 갈등 격화 우려
미국의 대응도 논란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보우소나루 가족에게 비자를 발급하고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브라질 정부는 이를 주권 침해이자 범죄 혐의자에 대한 부당한 비호로 보고 있다.
이미 미국의 브라질 내정 간섭 문제로 양국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새로운 외교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브라질 정부가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상파울루대 마우리시오 스테게만 디터 형법 교수는 보우소나루의 출국 금지 명령 위반이 최종 유죄 판결 전이라도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8일(현지시간) 에콰도르 과야킬의 호세 호아킨 데 올메도 공항에서 브라질 대선에서 패배한 우파 후보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항공기가 급유를 위해 경유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날 보우소나루가 브라질을 탈출한 뒤 에콰도르행 항공편에 탑승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