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투표가 이미 시작된 가운데, 미국인 44%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지난 9월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올랐다. 한 달 사이 9.1%나 오른 개솔린 가격이 주범이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시간당 임금은 6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플레이션과 유가 상승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유권자층은 트럼프에게 대선 승리를 안겨준 노동자층과 농민들이다.
비당파 독립매체인 ‘쿡 정치리포트(Cook Political Report)’ 창립자 찰리 쿡은 이번 선거에 대해 “파란 물결(Blue Wave)은 없지만 붉은 저류(Red Undertow)는 있다”라고 진단했다. 민주당이 좋아서 표가 몰리는 것이 아니라,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저류가 되어 공화당이 고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쿡 정치리포트는 민주당이 연방상원과 하원에서 공화당을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여러 공화당 우세 주가 경합주로 변했고, 경합주였던 곳은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1932년 이후 민주당 연방상원의원을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한 캔자스주도 경합주로 바뀌었다.
그러나 선거 구도 자체가 공화당에 유리해 결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올해 연방상원 선거는 2024년 트럼프가 승리한 주에서 더 많이 치러지며, 연방하원은 선거구 재편으로 공화당이 9석을 더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자금력도 공화당이 훨씬 앞서 약 9억 달러의 광고비를 예약했다. 일론 머스크는 7월 이후 약 3억 달러를 공화당에 기부했다. 민심의 흐름과 의석의 변화는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민심을 흔든 것은 정책이다. 공화당은 트럼프 2기 출범 후 대통령의 권한 확대를 용인하며 정책 구현에 힘을 실어 주었다. 트럼프 정부의 대표적인 입법 성과 중 하나인 ‘크고 아름다운 법’을 보면 정책 변화가 국민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는지 알 수 있다. 감세는 연장됐고 메디케이드와 식품 보조 예산은 줄었다. 여기에 지난해 말 오바마케어 추가 보조금이 연장되지 않으면서 건강보험료가 급등했고, 치솟은 에너지 비용도 이번 선거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선거의 최대 쟁점은 경제와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다. 퓨리서치센터가 10월 초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7%가 현 상황에 불만을 나타냈다. 물론,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곧바로 야당 지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감당하기 어려운 병원비와 보험료, 수년간 1000억 달러가 넘는 추가 예산을 확보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표적 단속, 장기화된 이란 전쟁, 대통령의 국정 절차 무시 관행 등은 유권자의 마음에 영향을 주었다.
트럼프는 돌아선 민심에 현금 지원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군인 145만 명에게 1776달러의 ‘전사 배당금’을 지급했고, 보조금 없이 오바마케어에 가입한 약 100만 명에게 500달러의 환급 수표를, 메디케어 파트 B 가입자 2080만 명에게 90달러의 수표를 발송했다. 의회가 다른 용도로 배정한 기금을 이런 식으로 집행한 것을 두고 법적 논란도 거세다. 나아가, 공화당이 상하원을 지켜낼 경우 모든 성인 시민권자에게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다.
대외 정책, 특히 대러시아 정책 역시 논란이다. 정부는 연초보다 78%나 오른 디젤 가격을 낮추기 위해 푸틴과 거래를 하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막고자 정보 공유를 중단하고 스타실드(Starshield) 사용을 제한했다. 그 사이 러시아의 대규모 우크라이나 공습은 계속되었고, 트럼프는 행정명령으로 의회의 러시아 제재법 일부를 유예했다.
정책은 내용만큼이나 어떤 절차와 권한으로 추진되는지도 중요하다. 한 번의 투표로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는다. 나라의 국정 궤도가 올바른 축을 따라 돌고 있는지 점검해보고, 유권자 각자가 바라는 미국의 모습을 그리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