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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시신이 왜 이래?”…아내·동생·처남 잃은 남자 정체

중앙일보

2026.10.2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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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중플 시리즈 〈당신은 사건 현장에 있습니다〉
사건을 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취재수첩을 펼치고, 수십 년 묵은 기록을 뒤지며 진실의 파편을 모아온 사람들. 〈그것이 알고 싶다〉〈꼬꼬무〉〈용감한 형사들〉을 만든 최삼호(28년 차) PD와 장윤정(27년 차) 작가가 함께 이 시리즈를 씁니다. 수십 년의 현장 취재에서 끝내 잊지 못한 사건들, 방송이 끝난 뒤에도 마음속에 남아 있던 그 장면들을 이제 글로 꺼냅니다. 그들이 꼽은 최악의 사건 현장 속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당신은 지금 사건 현장에 있습니다.”
「

1. 악몽

」
긴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병원 응급실에 누워 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죽었을 거라고 그러더라고요. 저희 아버지 말씀이 죽은 줄 알았다고.”
달리는 차에 그가 뛰어들었다고 했다.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일이었다.

“양주에서 사고가 났는데, 내가 거기까지 갈 일이 없거든요. 아는 사람도, 연고도 전혀 없는 곳이에요.”

정씨가 사고를 당한 곳은 경기도 양주. 집에서 30여km 떨어진 곳이었다. 새벽 두 시에 왜 거기까지 갔는지 정씨는 알 길이 없었다. 아내는 그가 늦은 밤 급히 만날 사람이 있다며 집을 나섰다고 했다. 그것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게다가 지갑 안에는 빳빳한 만원짜리 한 장이 그대로 꽂혀 있었다. 택시도, 대중교통도 타지 않았다면 그는 어떻게 그 먼 곳까지 간 걸까.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미스터리 6년 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다시 시작된다. 아침에 출근하던 정씨가 낯선 남자들에게 붙들려 끌려간 것이다. 거세게 저항하는 그에게 남자들이 내민 건 체포영장이었다.

경찰의 첫마디는 ‘왜 죽였냐’였다. 무슨 소리냐는 정씨 앞에 경찰은 통화 목록을 내밀었다. 정씨가 한 살인사건의 용의자와 100여 통을 통화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뜻밖에도 6년 전 교통사고를 물었다.

“그때도 짜고 친 거 아닙니까? 위장사고였죠?”
정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자신도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저는 저를 친 교통사고 가해자가 누군지 모릅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제가 그 사람이랑 100통이 넘는 통화를 했다고요? 제가요?”

당황한 건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뒤늦게 당시 정씨의 의료기록을 떼어보니 상해 정도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그 사고로 수술을 일곱 번이나 받았다. 구사일생이었다. 사고 가해자와 합의한 사람은 정씨가 아닌 그의 아내였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그날 밤 아내가 저한테 한약 같은 걸 줬어요. 아주 쓰고 뜨거운 약을 그릇에 담아 줬는데 그걸 마신 뒤로 기억이 없습니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병원이었어요.”

그 말을 끝으로 조사실을 나간 형사들은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마침내 돌아온 형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정씨의 수갑을 풀어주는 것이었다.

사진 GPT

사진 GPT

" “놀라지 마십시오. 범인은 정 선생님 부인이었습니다.” "

6년 전 그날, 아내는 정씨의 약에 수면제를 섞었다. 남편이 잠든 걸 확인하고 현관문을 열어뒀다. 경찰이 쫓던 살인 용의자는 아내의 내연남이었다. 아내는 이렇게 진술했다.

“저는 그가 시키는 대로 했어요.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저도 모르게 그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어요.”

그날 밤 잠든 정씨를 업고 나온 건 A라는 남자였다. A는 양주의 한적한 도로변에 정씨를 내려놨다. 차로 치기를 망설이던 순간, ‘그’에게 전화가 왔다. “저 남자 깨어나면 우린 끝이야.” 결국 액셀을 밟은 A. 다만 시속 80~90㎞로 달리다 마지막 순간 핸들을 틀었고, 정씨를 다시 태워 병원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A의 동서이자, 정씨 아내의 내연남 박도식이었다.
남편을 없애고 함께 새출발을 하자는 그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는 정씨의 아내는 범행을 모두 시인한 뒤 서럽게 울었다.

“이제 와 보니 애초에 저를 만난 것부터 계획이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하려고.”

2. 세 번의 장례식과 한 남자
2006년 4월 14일 새벽 2시30분. 승용차 한 대가 하천 다리 교각을 들이받고 처참하게 찌그러진 채 발견됐다. 처음 본 사람은 택시기사였다. 다가가 보니 운전석의 남자가 가슴을 두드리며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택시기사는 그를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몇 분 뒤 견인차가 도착했을 때 차 안에서 한 사람이 더 발견됐다. 조수석에 쓰러져 있던 남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당시 서른두 살의 안씨. 사고는 운전자가 다른 차와 추월 경쟁을 벌이다 낸 단순 과실로 처리됐다. 하지만 안씨의 시신을 직접 본 이들은 의문을 떨치지 못했다.

(계속)
“야, 이건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 아니다.”
염할 때 들어간 친구들은 시신을 보고 의심을 품었다. 대체 어떤 모습이었길래.

차 사고로 숨진 안씨는 박도식의 처남이었다. 그런데 죽은 건 처남만이 아니었다. 아내도, 친동생도 숨졌다. 세 번의 장례식, 그 중심엔 한 남자가 있었다.

형사들마저 경악한 내연남 박도식의 실체. 그의 주변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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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삼호.장윤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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