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 대학교(Western University) 캠퍼스 한복판에서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과 어린아이들을 향해 극단적인 인종차별 및 이슬람 혐오 폭언을 한 남성 [사진출처:Youtube @CTV News]
온타리오주 웨스턴 대학교 캠퍼스서 히잡 착용 여성 향한 혐오·인종차별 언어폭력 파문
현장 촬영 영상에 "히잡 벗어라, 이슬람은 서구 문화 아니다" 등 폭언 담겨… 런던 경찰 증오범죄수사대 수사 착수
가해 남성 '톰', 언론 취재 후 범행 인정 및 자수 의사 밝혀… 지역 이슬람계 및 대학 당국 강력 규탄
온타리오주 런던에 위치한 명문 웨스턴 대학교(Western University) 캠퍼스 한복판에서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과 어린아이들을 향해 극단적인 인종차별 및 이슬람 혐오 폭언을 퍼부은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런던 경찰청(LPS)은 지난 27일(화요일) 웨스턴대 캠퍼스 내에서 일어난 언쟁 및 혐오 행위 영상을 확보하고, 자체 증오범죄수사대(Hate Crime Unit)를 투입해 정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28일 공식 확인했다.
“히잡은 서구 문화 아냐… 크리스천 가치관 따라야” 스마트폰 영상에 적나라히 담긴 혐오 폭언
CTV 뉴스가 단독 입수한 2분 45초 분량의 휴대전화 영상에는 사업체 로고가 찍힌 차량에 탄 한 남성이 스마트폰으로 자신을 촬영 중인 피해 여성 및 일행과 격렬한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제보자에 따르면 사건 현장에는 어린 자녀들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녹음된 대화 내용에 따르면, 피해 여성이 "이 남자가 나한테 히잡을 벗으라고 한다. 무슬림은 여기에 살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고 지적하자, 남성은 "당신들은 여기에 살 자격이 없다. 서구 문화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폭언을 시작했다.
피해 여성이 "왜 여성이 히잡을 쓰면 안 되느냐, 이건 나의 선택이다"라고 항변하자, 남성은 "크리스천 가치관이 아니다. 이 나라는 나의 나라다"라고 고함을 쳤다. 옆에 있던 다른 여성이 "나는 여기서 태어난 시민"이라며 제지하려 하자, 남성은 "너는 파키스탄인이다. 너희 같은 자들이 여기에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욕설을 내뱉었다.
동상 촬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피해 여성이 "당신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일침을 가하자, 남성은 "그래, 나 인종차별주의자 맞다. 아주 씨XX 인종차별주의자다"라며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가해 남성 ‘톰’, 언론 추적에 "나는 민족주의자" 주장… 수사 소식 듣자 뒤늦게 사과 및 자수 의사
취재진은 영상 속 남성을 직접 추적해 신원을 확인했다. 자신을 '톰(Tom)'이라고만 밝힌 이 남성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피해 여성이 자신에게 먼저 손가락 욕설을 해서 싸움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나 자신을 민족주의자(Nationalist)라고 생각한다. 이 나라는 아일랜드인, 스코틀랜드인, 그리고 기본적으로 모든 서구 문화권 사람들에 의해 건설되었다. 이 문화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구축되었는데, 지금의 문화에서는 그러한 기독교적 가치관이 실현되는 것을 볼 수 없다"며 자신의 혐오 발언을 정당화하려 했다.
그러나 뉴스 취재를 통해 런던 경찰청 증오범죄수사대가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전달받은 직후, 그는 태도를 바꾸어 자신의 행동을 사과했다. 톰은 "내가 끔찍한 짓을 저질렀음을 인정하며, 사태를 수습하고 싶다"며 "경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수하고 조사를 받겠다. 대가를 치러야겠지만 이 나라가 자유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이슬람계·대학 당국 강력 규탄… "국가 차원의 이슬람 포비아 근절책 마련해야"
이번 사건에 대해 런던 이맘 협의회(Council of London Imams)의 압드 알파타 트와칼(Abd Alfatah Twakkal) 의장은 "영상 내용은 매우 비열하고 인종차별적이며 이슬람 혐오로 가득 차 있다"며 "특히 히잡을 쓴 우리 지역사회의 여성을 향해, 그것도 어린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이러한 폭행이 저질러졌다는 점이 가장 분통 터지는 부분"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전국 캐나다 무슬림 협회(NCCM)의 스티븐 주 대변인 역시 "정치인들과 선량한 공직자들이 우리와 머리를 맞대고 가중되는 이슬람 포비아 현상에 맞설 국가 차원의 종합 대응 전략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웨스턴 대학교 당국은 공식 성명을 내고 "웨스턴대는 그 어떤 형태의 혐오나 차별도 용납하지 않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캠퍼스 구성원 모두에게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런던 경찰 및 정부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교 측은 캠퍼스 내 혐오 사건 발생 시 대학 특별경찰대나 인권사무소로 즉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영상 속 피해 여성들은 신원 노출을 우려해 인터뷰 요청을 사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