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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안 바꿔, 가격? 안 올려…80년 빵집의 고집

중앙일보

2026.10.29 08:04 2026.10.2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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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잇는 식당, 맛있는 현대사 - 군산 이성당
군산 ‘이성당’ 식구들. 4대 김현주 대표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남편 조성용 대두식품 대표가, 왼쪽에 막내딸 조윤주 이사가 자리했다. 1945년 문을 연 이성당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중 한 곳이다. 이성당 건물은 1910년대부터 빵집으로 사용됐다. 우상조 기자

군산 ‘이성당’ 식구들. 4대 김현주 대표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남편 조성용 대두식품 대표가, 왼쪽에 막내딸 조윤주 이사가 자리했다. 1945년 문을 연 이성당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중 한 곳이다. 이성당 건물은 1910년대부터 빵집으로 사용됐다. 우상조 기자

군산 ‘이성당’과 대전 ‘성심당’은 국내 빵집의 쌍두마차다. 매출은 성심당이 높지만, 역사는 이성당이 더 길다. 이성당은 국내 최고(最古) 빵집 중 한 곳이다. 이성당이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고 단정하지 못하는 건 다른 빵집의 유래가 명확하지 않아서다. 이성당은 확실하다. 1945년 개업했다. 중간에 한번 거래가 있었지만, 집안 안에서 매매가 이뤄졌다.

대전 성심당보다 오래된 빵집
이성당 창업주는 이석우(1926~2008)씨다. 광복 직후 이 대표가 ‘하꼬방(판잣집)’을 빌려 도넛을 튀기면서 이성당이 시작됐다. 이 대표는 도넛 장사 3년 만에 적산가옥을 불하받았다. 지금의 이성당 건물이다.

일제강점기 이 건물에 ‘이즈모야(出雲屋)’라는 화과자 가게가 있었다. 이성당이 일본인 빵집을 물려받았다고 알려지게 된 계기다. 그러나 이성당과 이즈모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이 대표는 이즈모야가 철수한 뒤에 건물을 샀다. 이즈모야와 이성당은 공간만 공유했을 뿐이다. 우연이라면 우연이고,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성당(李盛堂)은 1948년 이 대표가 간판을 달 때 지은 이름이다. ‘이씨가 번창할 집’이라는 뜻이다. 일손이 부족하자 이 대표가 친척을 불렀는데, 그들 중에 이종사촌 동생 조천용(1927~77)씨가 있었다. 1963년 2대 대표에 오른 인물이다. 그 뒤로 이성당은 조씨 집안에서 대물림된다.

이성당의 중흥기는 3대 오남례(1935~2010) 대표 시절에 이뤄졌다. 2대 조 대표의 아내가 오 대표다. 현재는 오 대표의 며느리, 즉 아들 조성용(70)씨의 아내 김현주(64)씨가 이성당을 이끌고 있다.

조성용씨는 ‘대두식품’의 대표다. 현재 전국에서 유통되는 팥앙금의 약 40%를 대두식품이 생산한다. 대두식품에서 이성당 전용 앙금을 공급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빵·수프·샐러드·커피 세트 8000원
이성당을 대표하는 앙꼬빵(단팥빵). 100% 쌀가루로 만든다. 우상조 기자

이성당을 대표하는 앙꼬빵(단팥빵). 100% 쌀가루로 만든다. 우상조 기자

군산 토박이가 꼽는 ‘이성당 5대 메뉴’가 있다. 앙꼬빵(단팥빵)·야채빵·아이스께끼·셰이크·모닝세트. 관광객은 예쁘고 화려한 ‘요즘 빵’을 먼저 집지만, 군산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앙꼬빵은 세대를 거듭하며 진화했다. 1970년대 후반 3대 오 대표가 통팥과 고운 팥의 비율을 1대1로 수정한 뒤 지금도 그 비율을 고수한다. 2차 진화는 2006년 진행됐다. 그때부터 앙꼬빵은 100% 쌀가루로 만든다. 현재 이성당은 밀가루보다 쌀가루를 더 많이 쓰는 빵집이다. 2025년 이성당은 쌀가루 207.174t을 사용한 반면에 밀가루는 204.040t만 소비했다.

이성당 모닝세트. 양배추 듬뿍 넣은 토마토 야채수프가 특히 인기가 높다. 우상조 기자

이성당 모닝세트. 양배추 듬뿍 넣은 토마토 야채수프가 특히 인기가 높다. 우상조 기자

이성당은 아침 식사가 가능한 빵집이다. 1980년대 개발한 모닝세트 덕분이다. 빵·수프·샐러드·커피·우유가 한 세트로 나오는데, 양배추가 듬뿍 들어간 야채수프가 제일 인기가 좋다. 은근히 해장도 된다. 모닝세트는 8000원이다. 수지가 안 맞지만,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다. 군산의 대표 아침 메뉴인 콩나물국밥이 8000원이어서다.

이성당이 조씨 집안의 빵집이 된 지 6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간판을 바꿀 생각은 없다. 4대 김현주 대표는 “우리 가족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이성당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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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 살아남아 전설이 된 식당 100곳을 소개합니다. 최소 50년 이상의 업력, 대를 이은 가계, 가문이 지켜온 음식. 이 세 기준에 맞는 노포를 ‘맛 잇는 식당’이라 불러봅니다. 이들 맛 잇는 식당이 견뎌온 시간을 하나하나 들려드립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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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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