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브라질 대선 후보였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운데)가 미국 마이애미 공항에 도착한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치른 브라질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현직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에게 패한 뒤 일시 잠적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모습을 드러낸 건 3일 뒤 미국 마이애미 공항 활주로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의 미국행이 가뜩이나 불편한 브라질과 미국 간 외교 관계로 불똥이 튈 수 있다”고 분석했다.
28일 FT·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의 미국행은 ‘007 작전’처럼 은밀하게 진행됐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선거 다음 날인 26일 부패와 자금 세탁, 탈세 등 혐의로 수사를 받는 보우소나루의 여권을 취소하고 출국금지 조처를 했다. 보우소나루는 같은 날 소셜미디어(SNS)에 “브라질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밝혔으나 여권 제출 시한(27일 오전)을 넘긴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아르헨티나 이민국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이탈리아 여권을 갖고 27일 밤 아내, 두 딸과 함께 미시오네스주(州) 브라질-아르헨티나 국경 다리를 건넜다. 보우소나루는 이탈리아계로 브라질·이탈리아 이중 국적자다. 아르헨티나에서 전세기를 타고 에콰도르 과야킬을 경유, 미국 마이애미 공항에 도착한 건 28일 오전이었다. 여행객처럼 그는 남색 반소매 피케 셔츠, 딸은 민소매 차림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우소나루의 입국을 허용했다”고 확인했다.
김영옥 기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우소나루의 미국행이 트럼프 측근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측의 ‘합동 작전’에 따른 결과라고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일가는 브라질 국경을 넘을 때 아르헨티나 공항 경찰의 호위를 받았고, 트럼프의 고문인 제이슨 밀러 등은 미국행 전세기를 수배했다.
미국에 도착한 보우소나루는 SNS를 통해 “내가 정당한 대통령 당선자다. 선거를 훔친 세력이 브라질에 폭정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미국행에 대해선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떠났다고 설명했다.
그의 출국은 소속 정당인 자유당(PL) 지도부와 측근조차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을 정도로 극비리에 추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