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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여읜 뒤 얻은 새 이름 ‘최불암’…서울 아산병원에 빈소

중앙일보

2026.10.29 09:36 2026.10.2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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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불암. 중앙포토

배우 최불암. 중앙포토


29일 별세한 배우 최불암은 한국인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국민 아버지’로 남았다. 그러나 정작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어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고인은 2007년 펴낸 에세이 『인생은 연극이고 인간은 배우라는 오래된 대사에 관하여』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털어놨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난 직후 중국 상하이로 떠났다가 여섯 살 무렵 돌아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본명 최영한 대신 ‘불암’이라는 이름을 쓰게 된 것도 아버지의 이른 죽음과 관련이 있다.

고인은 2011년 KBS 2TV ‘퀴즈쇼 사총사’에서 아버지가 35세에 세상을 떠나자 자신도 같은 운명을 겪을까 걱정한 큰아버지가 새 이름을 지어줬다고 밝혔다.

‘불암’은 서울 노원구에 있는 불암산(佛岩山)과 한자까지 같다. 이 같은 인연으로 고인은 2009년 불암산의 명예 산주(山主)로 위촉됐으며, 산 초입에는 그가 직접 지은 시 ‘불암산이여!’를 새긴 시비도 세워졌다.

어린 시절 경험하지 못한 아버지의 역할은 연기를 통해 배웠다. 고인은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여섯 남매를 이끄는 가장이자 효심 깊은 아들, 아내를 아끼는 남편을 연기하며 아버지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에세이에서 “아버지 역할이 무엇인지, 한 가정 내에서 아버지의 위치가 어떤 건지 잘 몰랐다”며 “하지만 ‘전원일기’를 하면서 ‘아버지는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깨닫고 김 회장처럼 아이들을 키우고자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김 회장에 대해 “강하고, 정 많고, 도리에 벗어나는 일 없는 그런 우리의 아버지를 만들어낸 것이 ‘전원일기’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극 중 아내를 아끼는 남편의 모습은 실제 삶과도 닮아 있었다. 고인은 배우 김민자에게 첫눈에 반해 4년간 교제한 끝에 1970년 결혼했다. 이후에도 방송에서 아내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2017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아내에게 “고마워, 영원히 사랑할 거야. 내 몸 다 바쳐서”라고 말했고, 2023년에는 “지금도 아내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밝혔다.

‘국민 아버지’라는 수식어는 사회공헌 활동에서도 빛났다.

‘전원일기’에서 금동이를 양자로 받아들이는 장면이 방송된 뒤 시청자들의 칭찬이 쏟아지자, 고인은 직접 아이를 돕기로 결심했다.

이를 계기로 아동 후원을 시작한 그는 약 30년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을 맡았다. 미아 찾기와 희소병·난치병 어린이 돕기에도 참여했고, 제로캠프 이사장으로서 위기 청소년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했다.

후배들이 기억하는 최불암 역시 ‘진정한 어른’이었다. ‘전원일기’에서 금동이를 연기한 임호는 고인이 배우로서 지녀야 할 사회적 책무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고 회상했다.

코미디언 이홍렬도 고인과의 인연을 계기로 어린이를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며 “나이 들었다고 다 어른은 아닌데, 정말 어른이시다”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고인은 생전 에세이에서 자신이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남은 삶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저는 그동안 많은 분들께 과분한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이제 돌이켜 보건대, 개인적 명분은 더 이상 제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이 모두 힘내서 갈 수 있는 내일의 지평을 여는 데 보탬이 된다면 남은 힘 모두 쏟아붓는 것이 제게 주어진 일이라 믿습니다”


고인의 장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고 이수성·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30일 오전 10시부터 일반 조문객을 맞는다. 유족으로는 배우 김민자와 아들 동녘, 딸 동비씨가 있다.



현예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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