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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Food] 뜨거워진 지구가 위스키 잔을 흔든다

중앙일보

2026.10.2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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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바꾸는 우리의 식탁, 위스키 맛도 달라질까



‘1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맛의 위스키를 마실 수 있을까.’ 위스키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보리와 물, 오크통, 그리고 시간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보리가 자라는 지역의 기온과 강수량, 숙성고의 온도와 습도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가 위스키의 맛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앙일보 COOKING&;FOOD는 오마이어스와 함께 음식과 기후의 관계를 살펴보는 친환경 캠페인 ‘기후식탁’을 시작한다. 우리가 즐겨 먹고 마시는 음식이 기후변화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알아보고,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고민하는 프로젝트다.


이와 함께 동명의 유튜브 프로그램 〈기후식탁〉은 방송인이자 미스어스 출신인 최미나수씨와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독실이 진행을 맡았다. 첫 회에는 2026 미스어스 코리아 박수인씨와 김준민 맥캘란 브랜드 매니저가 출연해 위스키와 기후변화의 관계를 이야기했다. “보통 위스키를 생각하면 향이나 맛부터 떠올리는데, 이 술이 기후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기후식탁〉의 진행자 최미나수의 말처럼 위스키를 마시면서 기후변화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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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와 물, 위스키 맛을 결정하는 자연조건

위스키의 주요 원료는 보리와 물, 효모다. 재료는 간단하지만, 생산 환경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보리는 재배 지역의 기온과 강수량에 영향을 받고, 물 역시 수원과 토양의 특성에 따라 성분이 달라질 수 있다. 위스키를 만들 때는 보리에 들어 있는 전분을 당으로 바꾸고, 효모로 발효시켜 알코올을 얻는다. 이 때문에 위스키 제조에는 일반적으로 단백질 함량이 낮고 전분 함량이 높은 보리가 유리하다.

기후변화로 보리의 재배 환경이 달라지면 수확량은 물론 원료의 성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독실 커뮤니케이터는 “재료가 적을수록 그 재료의 품질이 중요하다”며 “보리가 자라는 조건이 달라지면서 수확량과 단백질 함량이 변하는 등 위스키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코틀랜드는 세계적인 위스키 생산지다. 하지만 기온과 강수 패턴이 달라지면 오랫동안 사용해 온 보리의 재배 조건도 달라질 수 있다.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증류소로서는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가 중요한 과제다.

위스키는 증류를 마친 뒤에도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오크통은 완전히 밀폐된 용기가 아니어서 숙성하는 동안 나무를 통해 물과 알코올이 조금씩 증발한다. 이때 온도와 습도에 따라 증발하는 양과 비율도 달라진다. 위스키 업계에서는 이렇게 자연적으로 증발하는 원액을 ‘엔젤스 셰어(Angel’s Share)’, 즉 ‘천사의 몫’이라고 부른다. 오크통에 담긴 술을 천사가 조금씩 훔쳐 마신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천사의 몫은 지역마다 다르다. 상대적으로 서늘하고 습한 스코틀랜드에서는 알코올이 물보다 더 많이 증발하면서 숙성 중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기온이 높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물이 더 많이 증발해 오히려 도수가 높아질 수 있다. 이독실 커뮤니케이터는 “이것은 품질의 차이가 아니라 특성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원액이라도 어떤 환경에서 숙성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위스키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오랫동안 유지해 온 위스키의 맛이다. 스코틀랜드의 기온이 높아지고 습도가 달라진다면 숙성 과정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수년에서 수십 년간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위스키의 특성상 작은 환경 변화가 장기간 축적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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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보전하려는 증류소의 선택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위스키 생산업체들도 생산 방식과 시설을 바꾸고 있다.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에 증류소를 둔 맥캘란은 자연환경 보전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김준민 매니저는 “위스키는 모든 것이 자연에서 오기 때문에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지키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맥캘란은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재생에너지와 비화석연료로 충당하고 있다. 또 오크통의 원료 조달과 제작·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증류소 건축에도 자연환경을 고려했다.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에 있는 맥캘란 증류소는 주변 언덕의 형태를 따라 지붕을 설계해 멀리서 보면 건물이 지형의 일부처럼 보인다. 김 매니저에 따르면 건축 과정에서는 기존에 자라던 들풀과 묘목 등을 활용해 주변 식생을 조성했다. 박수인씨는 “환경 보호라고 하면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이미 있는 것을 잘 지키는 일이 와 닿는다”고 말했다.

맥캘란은 제품 포장재에도 식물성 부산물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모니 컬렉션’이다. 자연에서 얻은 소재를 포장재에 활용하는 동시에 위스키의 맛과 향을 다양한 식재료와 연결해 선보이는 시리즈다. 카카오와 커피, 차, 코코넛 등에서 영감을 얻어 제품을 개발했으며, 각 제품의 주제에 맞춰 원두 껍질과 카카오·코코넛 섬유질 등을 포장재에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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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뒤에도 지금의 맛을 지킬 수 있을까

위스키의 맛이 달라진다고 해서 반드시 품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기후와 숙성 환경이 달라지면 이전과 다른 특성을 가진 위스키가 만들어질 수 있다. 다만 오랫동안 이어져 온 스카치위스키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10년 뒤에도 오늘 마신 것과 같은 위스키를 마실 수 있을까요?” 기후변화가 위스키의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누구나 품을 법한 궁금증이다. 최미나수씨의 질문에 김준민 매니저는 10년 뒤의 변화를 명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50년, 100년을 생각한다면 지금 마시는 위스키와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독실 커뮤니케이터도 기후변화가 위스키의 맛을 반드시 나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의 맛을 유지하려면 원료가 자라는 환경부터 숙성 과정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기후식탁〉에서는 식품 포장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포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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