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의 전 작가 토비 모턴이 개설한 웹사이트 '더 코넬 7(The Cornell 7)'에 코넬대 집단 성폭행 의혹 사건의 피고 남성 7명의 실명과 사진이 공개돼 있다. [웹사이트 캡처]
코넬대학교 내 집단 성폭행 의혹 사건 대응을 둘러싸고 대학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교수평의회가 총장을 비롯한 대학 행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에 전격 돌입한 가운데, 여성 교수 20명이 총장 사임을 공개 요구하고 나서는 등 내부 반발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코넬대 교수평의회는 28일 회의를 열고 불신임 투표 연기안을 찬성 48표, 반대 76표로 부결 처리했다.
앞서 일부 의원들은 결의안 내용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며 대학 측이 의뢰한 외부 독립 조사 기관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기안이 최종 부결됨에 따라 교수진은 향후 일주일간 불신임안을 놓고 전자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이번 결의안은 대학 당국의 부실한 성폭행 사건 대응을 문제 삼아 이달 초 교수평의회 의원 10여 명이 발의했다. 이후 교수 100명 이상이 지지 서명에 동참하며 세를 확대했다.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폴 오티즈 교수는 이날 평의회에서 “수백 명의 학생과 교직원, 교수, 동문들이 우리에게 ‘제인 도(가명)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제보를 보내왔다”고 강조했다. 일부 의원들 역시 과거 코넬대 재학 시절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동문들로부터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평의회에 불신임 결의를 통해 총장을 직접 해임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없다. 다만 불신임안이 가결될 경우, 총장 거취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쥔 대학 이사회에는 상당한 정치적·도덕적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코넬대 과학·공학 분야 여성 교수 20명도 대학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마이클 코틀리코프 총장의 즉각적인 사임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학 지도부가 성폭행 의혹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두 번째 위기’를 초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우리 대학 공동체에 실질적으로 필요했던 것은 명확한 리더십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마주한 것은 리더십의 공백이었다”며 총장의 사임만이 학내 신뢰 위기를 해소하는 길이라고 단언했다.
28일 코넬대학교 교수평의회 발표자료에 실린 교수평의회 소개 이미지. [코넬대학교]
앞서 코틀리코프 총장은 지난 14일 열린 교수평의회에서 본인의 초기 대응에 일부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사퇴 요구에는 선을 그은 바 있다. 〈본지 10월 16일자 온라인판〉
이날 회의에서는 피해자인 제인 도가 지난 14일 교수평의회 지도부에 보낸 서한 내용도 공개됐다.
서한에 따르면 제인 도가 2024년 11월 성폭행 피해를 공식 신고한 직후, 당시 그가 소속됐던 여성 사교클럽 회장이 코틀리코프 총장과 면담을 가졌다. 제인 도는 총장이 해당 면담에서 “왜 그렇게 오랫동안 신고를 미뤘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제인 도는 서한을 통해 “코틀리코프 총장이 나를 지지하지 않고 내 진술을 믿지 않는다고 느꼈다”며 “그토록 동경하던 대학이 내가 겪은 일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믿음이 완전히 흔들렸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코넬대 측은 총장이 2025년 1월 회의에서 유사한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제인 도에게 전달된 맥락은 부정확하며 해당 발언이 피해자 본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총장의 질문은 범죄 정황을 인지하고도 대학 익명 제보 창구에 신고하지 않은 주변인들의 늑장 대처를 지적한 것으로, 제인 도의 신고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제인 도는 2024년 10월 남성 사교클럽 카이 파이(Chi Phi) 사옥에서 남성 7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 9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피소된 남성 7명은 모두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형사 기소된 인원은 없다.
피고 중에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의 손자로 알려진 한인 학생 윈스턴 이씨도 포함됐다. 그는 대학 자체 조사에서 2년 정학 처분을 받았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이씨는 션 디디 콤스와 하비 와인스타인 등 유명 성범죄 사건을 변호한 경력이 있는 변호사 3명을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의 변호인단은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사건에 대한 편향된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며 법원에 특별검사 교체를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