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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쳐도, 못 쳐도 함께라서 좋아요"…14세 최연소부터 70대까지 열전

Los Angeles

2026.10.2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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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레이션 골프대회]
승부는 뜨겁게, 세대는 가깝게
부부·모녀팀 등 가족 골퍼들 화합
18번 홀 경기를 마친 참가자들이 넘치는 끼와 장난기 가득한 포즈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 희(54), 제이 김(60), 샘 김(69), 피터 강(60)씨.

18번 홀 경기를 마친 참가자들이 넘치는 끼와 장난기 가득한 포즈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 희(54), 제이 김(60), 샘 김(69), 피터 강(60)씨.

백장현(64)·데보라 백(57)씨 부부가 대회장에 마련된 포토부스에서 손하트를 만들며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장현(64)·데보라 백(57)씨 부부가 대회장에 마련된 포토부스에서 손하트를 만들며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회 최연소 참가자인 로건 이(14)군이 캐년크레스트 컨트리클럽 10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날리고 있다.

대회 최연소 참가자인 로건 이(14)군이 캐년크레스트 컨트리클럽 10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날리고 있다.

깔맞춤 유니폼부터 정교한 어프로치 샷까지. 초가을 햇살 아래 세대를 초월한 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린을 누볐다. 리버사이드 캐년크레스트 컨트리클럽(파72)은 선수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모두가 ‘우승’을 목표로 힘차게 스윙했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가족과 친구, 동호회 회원들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본지는 선수들과 함께 코스를 돌며 경기장 곳곳의 생생한 순간을 스케치에 담았다.
 
○…경기 시작 전 참가자들이 모여든 안내 데스크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부부가 있었다. 백장현(64)·데보라 백(57)씨 부부다. 빨간색 하의에 흰색 골프복, 검은색 조끼까지 맞춰 입고 멋을 뽐냈다. 아내 백씨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 골프를 즐긴다는 중앙일보 골프대회 광고를 보고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구력을 합치면 무려 55년. 대회를 준비하는 자세만큼은 초심자 못지않게 철저했다. 남편 백씨는 “어제 아내와 미리 연습 라운드를 돌며 코스를 살펴봤다”며 “내리막 그린이 많아 핀보다 짧게 공략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전략을 공개했다.
 
○…파3 홀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곳으로 꼽힌 4번 홀. 거리가 긴 데다 그린 앞에는 해저드까지 버티고 있어 선수들을 긴장시켰다. 동반자 3명이 모두 아이언을 꺼내 든 가운데 이우희(73)씨만 홀로 드라이버를 잡았다. 그는 “5번 아이언으로 애매하게 치느니 드라이버를 짧게 잡고 컨트롤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선택은 적중했다. 동반자들의 공이 그린을 벗어난 사이 이씨의 공만 사뿐히 그린에 안착했다. 이씨는 침착하게 퍼팅까지 성공시키며 동반자 가운데 유일하게 버디로 홀을 마무리했다.
 
○…티오프를 30분 앞두고 대부분의 참가자가 연습장과 퍼팅 그린에서 몸을 풀고 있을 때, 홀로 과자를 먹으며 여유롭게 산책하는 선수가 있었다.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인 로건 이(14)군이다. 연습하지 않아도 괜찮으냐는 질문에 이군은 “골프는 재미있게 쳐야 한다. 실전에서도 연습하듯 편하게 쳐야 공이 잘 맞는다”며 “오히려 너무 잘 치려고 하면 잘 안 맞는다”고 말했다. 당찬 답변에 주변의 아버지뻘 참가자들은 “그래, 네 말이 맞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프로 골프 선수를 꿈꾸는 이군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이군의 팀은 전반 9개 홀에서 4언더파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기존 동창회 골프대회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번 대회에서는 학교 동문 대신 골프 동호회 회원들이 자존심을 건 대결을 펼쳤다. 총 6개 동호회가 참가한 가운데 미주한인골퍼모임(KAGA)은 무려 20명의 선수가 출전해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싱글 골퍼만 가입할 수 있는 모임인 만큼 다른 선수들의 경계 대상이 되기도 했다. 퍼팅 그린에서 한창 연습하던 KAGA 소속 찰리 장(60)씨에게 같은 모임의 제프 김(56)씨가 다가와 “형, 너무 많이 연습하지 마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치열한 승부를 앞두고도 회원들 사이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
 
○…모녀가 한 팀을 이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손경희(55)·손나영(26)씨 모녀다. 주니어 골프 선수 출신인 딸 손씨는 경기 내내 어머니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왼쪽으로 꺾이는 도그레그 코스에 해저드까지 있어 까다로운 1번 홀. 딸은 어머니에게 “부담 갖지 말고 먼저 편하게 치세요”라며 공략 방향을 세심하게 알려줬다. 딸의 족집게 과외 덕분일까. 어머니가 친 공은 가볍게 날아가 페어웨이 한가운데 안착했다. 이어 딸도 멋진 샷을 선보였고, 모녀는 나란히 파로 홀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22개 가족 팀 가운데는 부부 팀이 유독 많았다. 데이비드 손(72)씨는 “이번 대회에서 우리 부부의 협동심이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다”며 “10번 홀에서 내가 놓친 퍼팅을 아내가 성공시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자랑했다. 이들 부부와 같은 조에서 경기한 필 전(72)씨도 아내 연 전(71)씨와 함께 출전했다. 전씨는 “부부끼리 처음 만난 사이지만 누군가 잘 치면 함께 기뻐하고, 실수하면 괜찮다며 격려해 준다”며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라운드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과 2025년 동창회 골프대회에서 2년 연속 여자 최장타상을 차지한 베로니카 남궁(67)씨는 올해 색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동안 이화여대 동창들과 함께 출전했던 그가 이번에는 남편과 한 팀을 이룬 것이다. 그는 “동창회 골프대회에서는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해 늘 긴장했는데, 올해는 남편과 데이트하러 나온 기분으로 명랑 골프를 즐기겠다”며 웃었다. 2년 연속 장타왕답게 경기 시작 전부터 드라이버 연습에 몰두하며 녹슬지 않은 승부욕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선수들은 입을 모아 날씨에 찬사를 보냈다. 최고기온이 화씨 73도에 머물고 구름도 적당히 낀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자 곳곳에서 “골프 치기 딱 좋은 날씨”라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아내와 함께 출전한 김태명(63)씨는 “한동안 날씨가 오락가락했는데 오늘은 날씨도 좋고 아내와 경기도 재미있게 하고 있어 기분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쾌적한 날씨 속에 펼쳐진 이날 대회는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한인 골퍼들의 웃음으로 가득했다.

글·사진=김경준·이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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