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골목에 깃든 음악의 향기 영화 속 낭만 품은 미라벨 정원 커피 한잔에 쉬어가는 유럽 여행
잘츠부르크 중심에 위치한 모차르트 광장.
오스트리아와 독일 국경 가까이에 자리한 잘츠부르크는 유럽 여행지 가운데 가장 낭만적이고 음악적인 도시로 꼽힌다. 대도시처럼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알프스의 장엄한 풍경, 바로크 건축, 클래식 음악, 오래된 카페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도시 규모도 크지 않아 하루나 이틀 정도면 주요 명소를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잘츠부르크는 화려한 관광 명소를 빠르게 소비하는 도시라기보다, 천천히 걸으며 음악과 풍경을 음미하는 여행지에 가깝다. 프라하나 부다페스트와는 또 다른 '알프스 유럽'의 감성을 느끼고 싶은 여행자에게 특히 잘 어울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도시의 풍경이다. 푸른 산자락과 잘츠아흐강, 중세 골목길, 교회 첨탑, 언덕 위 성채가 한 화면 안에 들어온다. 구시가지의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영화 세트장처럼 느껴진다. 특히 해 질 무렵 호엔잘츠부르크 성과 구시가지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시간에는 잘츠부르크만의 고요하고 품격 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모차르트의 단골 카페 토마셀리의 케익과 커피.
잘츠부르크는 무엇보다 모차르트의 도시다.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태어나고 성장한 곳으로, 도시 곳곳에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 모차르트 생가와 기념관은 잘츠부르크 여행에서 빼놓기 어려운 명소다. 게트라이데 거리의 모차르트 생가를 둘러본 뒤에는 인근의 오래된 카페에 들러 커피와 케이크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모차르트가 즐겨 찾았다고 알려진 카페의 테라스에서는 그 시대 유럽의 예술가와 지식인들이 나누었을 법한 담소를 상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도시 전체에 흐르는 클래식 음악의 분위기도 잘츠부르크만의 매력이다. 미라벨 궁전이나 잘츠부르크 대성당, 소규모 성당과 공연장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에게도 좋은 경험이 된다. 화려한 대형 공연장보다 작은 성당에서 듣는 실내 연주는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오고 감성적으로 기억된다. 비교적 부담 없는 20~50유로 수준의 티켓으로 유럽 본고장의 클래식 음악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 미라벨 궁전.
잘츠부르크는 주요 명소가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어 걷는 여행에 적합하다. 모차르트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인 미라벨 정원, 모차르트가 연주했던 잘츠부르크 대성당, 도시를 내려다보는 호엔잘츠부르크 성까지 대부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여행 동선이 복잡하지 않아 유럽 초행자나 중장년 여행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호엔잘츠부르크 성은 잘츠부르크의 역사를 상징하는 곳이다. 11세기 잘츠부르크 대주교 게르하르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교황 사이의 갈등 속에서 자신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축성한 성으로, 성 안에는 중세 시대 병기와 각종 유물이 전시돼 있다. 성곽 위에 오르면 알프스 산맥과 구시가지, 잘츠아흐강이 한눈에 펼쳐진다. 잘츠부르크 전경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기에도 가장 좋은 장소 가운데 하나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인공들이 결혼식을 올린 성당.
잘츠부르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이 영화는 알프스 초원, 종소리 울리는 성당, 바로크 건축, 가족과 사랑, 유럽 전원의 평화로운 풍경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특히 중장년층과 클래식.유럽 감성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에게 잘츠부르크가 특별하게 기억되는 이유도 영화의 배경을 직접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라벨 궁전 정원은 영화 속 장면으로 널리 알려진 대표 촬영지다. 꽃이 만발하는 봄과 초여름에는 더욱 아름답고, 음악 도시 특유의 우아한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다. 주요 촬영지를 직접 걸어서 찾아가도 좋지만, 반나절 정도 진행되는 현지 버스 투어를 이용하는 방법도 추천할 만하다. 영화 OST를 들으며 알프스 초원과 호수 지역, 결혼식 장면이 촬영된 성당 주변 등을 둘러보면 영화 속 풍경이 현실로 다가온다.
여행 중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는 잘츠부르크의 전통 카페 문화를 즐겨보자. 모차르트 초콜릿과 애플 슈트루델, 오스트리아식 커피는 여행의 피로를 달래기에 좋다. 오래된 카페에 앉아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잘츠부르크 여행의 중요한 일부가 된다.
근교 여행의 중심지로서도 잘츠부르크의 위치는 뛰어나다. 그림 같은 알프스 호수 마을 할슈타트, 독일 바이에른주의 산악 마을 베르히테스가덴, 히틀러의 별장이 있었던 오베르잘츠버그, 잘츠카머구트 호수 지역 등을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다. 자연 풍경과 역사, 영화의 흔적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어 여행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근교 코스를 더하는 것이 좋다.
숙박비와 식비는 주변 동유럽 도시보다 다소 높은 편이지만, 시내 교통은 비교적 편리하다. 버스와 트램 노선이 잘 갖춰져 있고 구글 지도 앱 등을 활용하면 시내와 외곽 지역 이동도 어렵지 않다. 도보와 대중교통만으로도 도시의 핵심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자유여행객에게 큰 장점이다.
잘츠부르크는 클래식 음악과 유럽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 프라하나 부다페스트 여행 뒤 색다른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 알프스 풍경과 중세 도시를 함께 경험하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추천할 만하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유럽 여행, 감성적인 사진과 영상을 남기고 싶은 여행에도 잘 어울린다. 빠르게 지나가기보다 하루쯤은 음악을 듣고, 오래된 카페에 앉고, 성곽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머물러야 비로소 잘츠부르크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호엔잘츠부르크 성과 모차르트 다리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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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 있다.